며칠 전 미국의 공영라디오 방송인 NPR 방송을 듣던 중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아프리카 서남부에 위치한 앙골라라는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앙골라는 30년에 가까운 오랜 내전으로 인해 쌓인 전쟁쓰레기를 국가의 재건을 위한 철재로 재활용한다는 보도였습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에 강경발언들을 쏟아내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정국이라서 앙골라에 대한 뉴스보도가 더 새롭게 들렸습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앙골라는 1974년 식민정부로부터 독립한 이후, 자국 내 3개 계파의 독립운동 세력들의 치열한 대립이 내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의 지원을 받은 마르크스주의를 이념적 기반을 둔 앙골라 인민해방운동과 앙골라 민족주의에 기초한 앙골라 해방민족전선 그리고 보수적 기독교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앙골라 완전독립민족동맹, 이렇게 세 개의 세력이 대립해 싸웠습니다. 내전은 1991년에 유엔의 중재로 휴전을 했다가 다시 전쟁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앙골라 완전독립민족동맹의 지도자가 교전 중 사망하면서 2002년에야 민족동맹이 하나의 주요 야당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무장투쟁을 포기했습니다. 이로써 28년이라는 긴 내전의 고통을 마감했고 이후 나라는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장기 독재와 독재자 가족이 정치와 경제, 언론 등 국가 주요 부문을 차지해 권력을 누리고 있으며,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가 여전히 해결과제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라를 재건하고 있습니다. 내전을 끝 낸 이후 앙골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 반열에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말에는 38년간 앙골라를 장기 집권한 독재자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대통령이 물러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있었습니다.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후임자가 된 전 국방장관인 주앙 로렌수가 앙골라인민해방운동을 이끌게 되었고, 대통령 간접선거로 인민해방운동이 60% 이상을 득표함으로써 로렌수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정권교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장기독재는 이제 끝이 났고 앞으로는 임기 5년에 두 차례의 연임이 가능한 임기가 제한된 대통령이 등장한 겁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민주화의 단계를 향상시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시 NPR 라디오 방송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앙골라 최대의 제철소인 앙골라제철소는 2002년 내전 종식 이후부터 국가재건에 기여를 하고 있는데요,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데 핵심적인 건축자재인 철강골조물을 생산합니다. 그런데 그 재료가 바로 철광석이 아니라 내전 이후 폐기된 탱크와 총기류입니다. 앙골라제철소가 건설된 이후 가장 최초로 했던 사업이 전쟁이 가장 격렬했던 도시인 쿠이토 콰나발르(Cuito Cuanavale)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전쟁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제철소를 운영하는 사업자인 조지 슈케르 씨는 라디오 방송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철강은 식량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아야 하니까 식량이 필요한 건데, 동시에 철강으로 만든 집도 필요하니까요."
피를 불러오던 탱크와 각종 포구들, 전쟁 쓰레기들은 이제 국가 발전의 기반이 되는 건축기자재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뉴스보도를 들으며 인류역사의 진화를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동시에 북한에서 어린 아동들에게 꼬마과제 수행을 강요하며 파철을 모아 '소년호 땅크'나 '소년호 함선'을 만들었다는 선전선동이 떠올랐습니다. 앙골라와는 거꾸로, 인류발전과 진화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북한의 상징적인 모습이 아닌가 생각됐습니다 지난 10월 10일 당창건 72주년을 맞아 노동신문이 대대적으로 강조한 내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위적 국방력은 주체조선의 존엄이고 자주권'이라며 국방공업부문에서 당의 병진노선을 철저히 관철할 것과 핵무력 건설을 완성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당국은 병진노선이라며 핵무기 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있는데요, 최근 국경지역에서는 생활고를 호소하는 내부소식통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걱정이 큽니다. 올해 초에 겪었던 가뭄으로 농사가 제대로 되질 않아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는 안타까운 보도들이 나오고 있고요, 양강도와 함경북도 지역에서는 굶어 죽은 사람들마저 생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당국이 핵개발과 경제발전을 병행해서 추진하는 노선을 내세웠다면 경제발전의 혜택을 모든 인민들이 고루 누릴 수 있어야 겠지요. 국제적 지탄과 제재를 받으면서 기어코 핵개발을 완성하려고 모든 힘을 쏟고 있는데, 병행해서 발전시킨다는 다른 한쪽 노선인 경제개발과 그로 인한 인민의 안정된 생활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습니까?
앙골라는 28년의 내전을 겪었지만 탱크를 녹여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는데, 북한은 화려한 핵강국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국경 농촌지역에는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앙골라와 북한의 현재 모습에서 인류진보의 정방향과 역방향을 동시에 들여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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