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부터 나흘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일하는 전 세계의 시민사회 활동가 400여 명이 한 데 모이는 큰 행사가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 기금재단이 주최하는 '2015 세계 민주주의 운동 서울총회'였는데요. 2년 전에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렸고 올해는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최근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의 반 인도범죄 책임규명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입니다.
총회에서는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는 국가들의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민주화의 안정을 위해 국제 시민사회와 정부 그리고 시민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눴습니다. 전체 주제를 약 20개 정도로 세분화해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 했습니다.
독재국가의 민주화를 위해 외부 세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토론 지어는 인권 활동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컴퓨터 보안 수칙에 대한 강의도 있었습니다.
저는 권위주의 독재국가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 기구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분반 토론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분반 토론회 참석자들은 유엔의 기구인 '특별절차'와 '보편적 정례검토'를 활용했던 경험과 전략을 서로 공유했습니다.
유엔에는 대략 60여 개의 '특별절차'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인권침해나 국제적 문제를 종류 별로 나눠서 다루는 특별보고관과 같은 독립적 전문가와 실무 그루빠를 합쳐서 이렇게 부르고 있는데요. 이 기구에서는 각각의 인권 유린 사태를 분리해 각 경우마다 특별보고관이나 실무그루빠를 두고, 보고가 들어오는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서 분석하고 해당국가 정부에게 질문하고 문제 해결책을 권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보편적 정례검토'라고 하는 절차도 있습니다.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4년에 한 번씩 자기 나라의 인권상황에 대해 발표하고 다른 나라로부터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권고를 제안 받는 과정입니다.
분반 토론회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케냐, 베트남, 카메룬, 중국, 타이완, 태국,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활동가의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케냐에서 온 활동가는 '강제실종실무그룹'에 실종사례를 청원하고 이 청원절차를 통해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신성모독법이 정치범을 만들어 내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정례검토에서 다루어졌으나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사회가 모두 함께 참여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문제를 거론하는 활동은 그 자체로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런 국제 사회의 활동은 그 국가 안에서 활동하는 인권활동가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티베트에서 온 활동가는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운동이 정치적 범죄로 처리돼 높은 형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안이 나온 뒤 티베트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탄압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베트남 인권활동가의 설명도 흥미로웠습니다. 베트남에서 인권활동가는 반동분자로 취급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보편적 정례검토와 인권이사회의 시민사회 발언을 통해 일반주민들의 시선이 많이 변했습니다. 유엔에 대한 베트남 주민들의 높은 신뢰로 인해 시민사회 활동가들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졌고 마침내 정부는 인권 단체들의 활동을 합법화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유엔 특별절차에 수백 건의 개별청원서를 제출했던 경험을 전하는 한편 유엔에 축적된 이런 자료들이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설립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유엔기구들을 활용한 이런 활동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주진 않았지만 인권탄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데는 동의했습니다.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는 국제적 활동이 가져다주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계민주주의 서울총회를 통해 확대되는 인권과 민주화 운동을 통해 지구상에서 권위주의 독재국가가 차지하는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경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 세계 활동가들과 함께 경험과 지식을 나눔으로써 앞으로의 활동에 든든한 밑거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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