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보편적 인권 잣대, 세계인권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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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은 세계인권의 날입니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 채택되고 공포되었고 매년 이 날이면 유엔을 중심으로 전 세계 시민단체나 각국 정부의 인권관련 부서나 위원회 등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고 정의의 실현을 다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1900년대 초반에 두 차례나 겪은 세계대전의 처참한 경험의 교훈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세계 1,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목격하고 다시는 그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참회의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류는 진보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게 됩니다. 그 의지가 바로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유엔은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모든 인간은 선천적으로 권리를 부여 받는다는 보편적인 믿음을 처음으로 표방하고 그 권리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사실상은 이를 어겼을 경우 재판을 받고 처벌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률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엔총회가 채택한 만큼 전 세계가 공인한 인류 보편의 가치와 정의의 표상이라는 준엄한 도덕적 가치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인권선언의 내용과 가치는 여러 국제규약, 지역별 인권기관, 정부기구와 다양한 법률 등에 잘 녹아 들어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자유권규약이라고 불리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사회권규약이라고 알려져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함께, 세계인권선언은 국제인권장전으로 모든 거의 유엔 기구의 운영근거를 제공하는 보편적 인권의 기준이 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전문과 30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는데요. 먼저 전문에는 유엔 회원국의 모든 정부와 그 국가의 국민들은 선언에서 규정된 인권의 보편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인권을 보호할 것을 약속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인류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갖는 고유한 존엄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승인하는 것은 세계의 자유와 정의와 평화의 기초"라고 선언하면서 전문을 시작합니다. 선언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그리고 인류간의 형제애의 가치에 기초해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30개의 조항은 인간의 생명과 자유, 개인의 안전, 시민사회 내에서의 권리, 정치체제 내에서의 권리,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잘 보장하고 보호할 것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1948년에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그 자체로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여러 국가의 자국법의 기초가 되고 국제 규약의 기초가 되면서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국가나 지역의 기관들의 창립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물론 국제적인 인권 시민단체들의 설립에도 기초가 되었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반 국가들에서 인권유린이 하나의 범죄가 되어 법에 의거해 처벌되는 것은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의 가치를 준수하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명시함으로써 인류의 진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선언이 채택된 것은 역사적으로 크게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 날을 기념하며 북한인권을 위해서도 국제적인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세계변호사협회와 기타 여러 국제연구소와 인권단체들이 전 르완다와 캄보디아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관이었던 분들을 모시고 북한의 반인도범죄 문제를 다루는 재판을 모의로 시연하는 행사도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언론 정보통제에 대한 강연, 정치범수용소 문제에 대한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당연히 앞서 설명 드린 세계인권선언에 나와 있는 기본적인 인권의 가치에 기초한 것입니다. 유엔의 회원국인 북한도 당연히 세계인권선언에 명시한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을 준수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인권의 날을 기리기 위해 자이드 알 후세인 유엔 최고인권대표가 발표한 성명서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누군가 인권유린을 당하고 겁에 질려있을 때 우리는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차별과 수탈이 자행되고 있다면 목소리를 높여서 이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 더 나은 법, 더 나은 지도력을 위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이로써 우리가 어디에 있든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