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캐나다 국적을 가진 임현수 목사에게 종신노역형을 선고했다고 16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재판소에서 특대형 국가전복 음모 행위를 감행한 임현수 목사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고 전하며 "형법 제60조 즉 국가전복 음모죄에 해당되는 피소자 임현수의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범죄사실을 확정한 기소장이 제출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심리 과정에서 피소자 임현수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반공화국 적대행위에 추종해, 조선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고 모독하다 못해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흉심 밑에 국가전복 음모를 기도한 모든 범죄사실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말 임 목사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범죄사실을 자백했다고 조선중앙 통신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임 목사는 "내가 저지른 가장 엄중한 범죄는 공화국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심히 중상모독하고 국가전복음모행위를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임현수 목사는 올해 1월 30일 경제개발사업 실무면담을 위해 라선 경제특구에 들어간 이후 평양으로 이동했다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6년부터 20년 가까이 대북 지원사업을 해 온 임 목사는 체포 전까지 110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양로원, 탁아소, 고아원에 인도적 지원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북한의 고아들을 돌보는 일부터 국수공장, 라면공장 등을 지어주기도 하고 상당히 큰 규모의 지원을 해왔습니다. 2013년에는 북한군인들에게 동복을 해 입히겠다며 캐나다 사회로부터 24만 달러를 모금해서 북한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임 목사는 이렇게 대규모로 '무조건 퍼다주는 방식'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당국을 살찌우는 지원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임목사는 독일통일 과정을 예로 들면서 서독의 대규모 지원으로 독일 통일 이후 혼란과 불균형은 점차적으로 해소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던 중 북한당국은 임현수 목사에게 '특대형 국가전복 음모행위'를 감행했다는 죄명을 씌웁니다. 이번 사건을 돌아보면 북한당국이 '신뢰'를 아주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사회에 있어서 '신뢰'라고 하면 국제법과 협약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임 목사의 재판과정은 북한이 국제협약과 국제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핏 들어보아도 이 사건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북한당국은 임 목사가 '자백했다'고만 주장하면서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당한 재판과 변호의 기회가 피고인에게 주어졌는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9조에서 어떤 누구도 자의적으로 체포, 구금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고 있고 10조는 형사상 혐의에 대한 결정을 할 때는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정에서 완전히 평등하고 공정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관련 국제협약으로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이 있습니다. 임 목사가 억류된 이후 캐나다 정부는 북한당국에게 임 목사의 영사 면담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영사접근 거부는 빈 협약의 심각한 위반입니다. 빈 협약의 36조는 자국민이 외국에서 체포 구금되었을 때 영사업무 담당자는 체포된 자국민을 방문하여 변호인을 주선해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구금된 자국민도 영사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합니다.
캐나다는 2001년 북한과 외교적 관계를 맺었고 스웨덴 대사관에서 영사업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영사접근도 없었으며 그러므로 변호사도 공정하게 선임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식의 처리를 '자의적 구금'이라고 부르는데 '세계인권선언'과 여러 국제규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인권침해 사례입니다.
국제사회와의 신뢰관계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이런 행위가 21세기에 버젓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그 대상은 20년간 자신을 희생해오면서 북한의 고아와 취약계층을 위해 헌신하던 외국의 민간인이기에 더욱 경악하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것이 북한당국이 취해야 할 현명한 행동입니다. 그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안해 보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유엔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북한의 형법 및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반공화국,' '반민족' 범죄라는 애매한 표현을 없애고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명시된 공정한 재판과 적법한 절차를 보장받을 권리를 형법에 명시하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임 목사를 석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도주의 지원사업 관계자들이나 관광객들 대상의 자의적 체포와 구금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국제사회에 약속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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