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남북대화와 북한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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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남한의 새 정권이 들어선 후 첫 새해라 그런지 북한의 신년사도 지난 해와 달리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김정은의 신년사 낭독 후 사흘 뒤 남북 간의 분위기가 빠르게 대화국면으로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통령과 정부는 한창 흥분해 있는 듯합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과 남한의 학자, 언론사들은 신년사 구절구절이 내포한 뜻을 분석하며 김정은이 신년사로 남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서 미국 중심의 대북제재 정책에 혼선을 빚을 거라며 경고하기도 합니다.

남한이 개성공단 기업을 철수하고 가동을 중단하면서 2016년 2월부터 차단됐던 남북한간 판문점 연락통로가 지난 3일에 복원됐습니다. 남한의 강원도에서 올해 열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 논의하자는 북한당국의 회담제의가 있었고요. 남한의 통일부에서는 남북관계 전반을 논의하자며 고위급 회담을 염두에 두고 판문점 연락통로의 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작이 좋다고 끝도 좋다는 법은 없습니다. 과거 경험을 봤을 때 남북간 모든 사안과 분위기는 주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생각에 달려 있어서 언제 어떤 계기로 운전대 방향을 틀어버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 북한당국이 남한과 대화하려고 손짓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마음이 궁극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란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이자 성과로 남북대화를 꼽고 있는 남한의 문재인 정권을 회유해서 미국과 남한의 관계자들을 헷갈리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과 대화해서 한미간의 대북정책이 좀 헷갈리게 되거나 한미 정부관계자들의 심기가 어수선해진다 하더라도 미국과 안보리 중심의 대북제재가 느슨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문재인 정권에게는 국제적인 대북압박에 영향을 줄 어떤 요인이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더군다나 남한정부도 이미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전화통화 좀 해서 이후에 장관급 대화가 진행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이 핵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도 아닙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모두 염원하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김정은이 절대로 하지 않을 불변의 전제조건입니다.

남북관계든 핵문제든 이로 인한 제재든 딱히 개선이나 변화의 요소를 읽어내기 어려운데 그러면 남북간에 해동되는 대화분위기가 뭐가 좋은가 의문입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남북관계가 대화와 유화국면으로 전환된다면 어떤 방식이든 어떤 기회에서든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희망해 봅니다. 북한당국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이나 응원단을 보내는 것도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 행사라고 비판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멀리 내다 본다면 단순히 비판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극소수의 북한사람들이라도 남한의 진보적인 제도와 문화, 문명, 그리고 세계 사람들의 선진적인 행동양태를 직접 견학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 될 겁니다. 직접 경험과 현장 학습이 인권과 인간중심 사고의 가치, 민주주의와 법치의 소중함을 전파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평창 장애인동계올림픽도 이어질 것이고요. 북한당국은 올해 처음으로 유엔의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장애인 인권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장애인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장애인선수들을 파견해 세계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보고서의 내용이 될 겁니다. 이런 활동 또한 북한의 소수 장애인들 에게라도 삶에 용기를 줄 수 있고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영향을 주며 삶에 재미와 활력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물론 선진적인 장애인 정책과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설, 사람들의 태도와 인권의 가치를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학습입니다. 이런 경험은 참석하는 선수나 체육관계자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북한당국자들에게는 더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북한이 향후 먼 미래에 나아가야할 인간상과 사회상의 전형을 미리 학습하는 계기가 될 거니까요.

모든 대화를 장미빛 환상을 가지고 보자는 말이 아닙니다. 여기에 놓쳐서는 안 되는 점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남북 대화국면의 전환 그리고 올림픽이나 회담을 통한 남북접촉 그 자체가 최상의 과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궁극적인 최상의 과제는 북한에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정치범관리소에서 벌어지는 반인도범죄와 희생자들의 존재와 이들의 고통, 북송돼 북한으로 사라져간 사람들과 남한과 전 세계에서 강제 납치된 희생자들의 존재가 남북대화 국면을 조명하는 화려한 불빛에 가려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엔과 국제사회 그리고 북한인권 시민단체들이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