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희망 없는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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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김없이 1일은 김정은의 신년사로 시작되었습니다. 희망차게 한 해를 설계하고 더 나은 개인생활 조직을 위한 새해 결심을 다지는 것이 보통 남한 사람들이 새해 첫 날 하는 일입니다만, 우리 북한 주민들은 신년사 방송청취가 끝남과 동시에 퇴비모으기 전투로 뛰어 나가야 하지요. 그런 이유로 신년사는 한 해의 고달픈 과제수행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 같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세대당 한 톤 이상의 퇴비, 인분, 부식토를 끌어 모아 바쳐야 하는 것도 모자라 신년사 암송에다, 신년사 관철을 위한 결의모임, 궐기대회, 신년사 학습이다 하며 우리 주민들의 생활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북한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5일에 있었던 평양시 군중대회를 소개하며 신년사에서 제시한 강령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주민들의 다짐이라고 긍정적으로 소개하지만, 남한의 각종 신문사들이 전하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신년사 내용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과 조롱의 목소리가 더 높습니다.

김정은은 매년 ‘경제강국 건설의 전망’을 이야기 하지만 주민들은 이것이 거짓말임을 알기 때문에 신년사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 북한 내부소식통들의 분석입니다. 북한전문 인터넷 신문사인 데일리NK의 한 소식통은 “노동신문은 주민들이 신년사 관철을 위해 생산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주민들은 우리가 잘 살 길은 자본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은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치자”며 “모든 단위에서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구호를 높이 들고 최대한 증산하고 절약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장마당에는 중국산 상품으로 가득한 현실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그 많은 공업품과 곡식은 다 어디로 갔나”며 비웃는다고 전합니다.

남한의 통일부도 대변인을 통해 “신년사가 구체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방향제시가 없고 수치나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조만 밝혔다”고 비판하면서, “김정은의 마지막 자책까지 곁들여서 볼 때 경제 부문에서 뚜렷한 실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사실 작년 신년사에서 특별히 강조했던 것이 ‘인민생활 향상'이었으나 실질적으로 눈에 띄는 인민생활 향상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북한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단 자력자강을 강조하며 인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할 계획에만 힘을 주고 있습니다. 신년사는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5개년 전략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민총돌격전을 힘차게 벌려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을 올해의 선차적인 투쟁과업으로 제시했다며 지난해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를 성과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말은 경제발전을 위해서 200일 전투 같은 전근대적인 노동착취 수단을 통해서 인민들의 희생에만 기대겠다는 말입니다.

한편 이렇게 신년사가 인민 생활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없으면서 핵개발과 관련해서는 단호한 이행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남한의 세종연구소에서 펴낸 북한의 대남 정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남한의 대선 전까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하고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평화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보고서는 상반기에 핵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김정은의 최고 업적으로 선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 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으며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조에서 노동신문는 지난 3일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목소리 높인 자주, 평화, 친선을 강조하며 “김정은 동지의 신년사가 폭풍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거짓 선전을 내놓았습니다. 핵무장화를 실현하겠다는 다짐과 평화와 친선을 강조하는 기조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뻔히 아는 사실임에도 김정일은 이 두 가지 사안을 가지고 인민들의 마음을 사려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신년사에서는 한 해의 희망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우리 인민들이야 당국이 특별히 조이고 통제하지만 않는다면 장마당에서 그럭저럭 먹고 살고야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당국은 70일전투다 200일 전투다 하며 인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인민들이 스스로 먹고 살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