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민주주의 지표에서 북한은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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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민주주의 지표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s Democracy Index 2015)에서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또 세계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국의 시사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는 ‘2015년 민주주의 지표: 불안의 시대에 민주주의’라는 보고서를 지난 21일 발표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전세계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각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분석하여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보고서에는 한 해 동안 전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한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각 국가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를 보고하고 167개 국가의 민주주의 정도를 따져서 순위를 매깁니다. 북한은 2006년 이후 8차례 발표된 세계민주주의 지표에서 8번 모두 167위, 즉 가장 꼴찌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거과정과 시민적 자유, 정부의 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등 다섯 개의 부문에서 각 국가들을 분석해서 0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깁니다. 그리고 점수와 순위에 따라서 모든 국가들은 네 개의 유형으로 분류가 됩니다. 완전한 민주주의, 흠결 있는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혼합 정권, 그리고 권위주의적 정권으로 나뉩니다.

보고서에서 2015년의 전세계 상황은 전쟁, 테러, 대량 난민 사태의 위기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른 한 해였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런 국제사회의 공포 분위기와 도전을 어떻게 각 정부들이 잘 대처했는지를 반영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167개 국가들 중에 절반 정도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습니다. 그 중 20개 국가는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 부류에 속하고 59개 국가는 흠결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리고 37개 국가는 혼합형 정권으로 나머지 51개 국은 권위주의적인 국가로 분류되었습니다.

남한은 22위, 일본은 23위로 흠결 있는 민주주의 국가 부류에 속하게 되었고, 중국은 136위로 권위주의 국가에 속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20위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부류에서 마지막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예상대로 1위부터 3위까지의 국가들은 각각 노르웨이, 아일랜드와 스웨덴이 차지했습니다. 1위인 노르웨이는 10점 만점에 9.93점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런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사회복지시설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며 정치적으로도 민주주의를 잘 실행하는 국가들입니다.

올해 민주주의 지표 순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나라는 바로 미얀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얀마는 지난해 11월 초에 군사통치 50년만에 처음으로 민주적인 방식의 총선거가 실시되었고,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인 민주주의 민족동맹이 승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권위주의 국가’에 속하던 미얀마가 올해 순위에서는 ‘혼합정권’으로 상승되었고, 민주주의 지표 순위도 114위로 올라왔습니다.

첫 민주주의 지표가 발표되었던 2006년 순위에서는 미얀마가 북한보다 4위 앞서서 163위였습니다. 2008년 순위와 2010년 순위도 같이 163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공식적으로 미얀마의 군부통치가 끝나고 난 이후부터는 민주주의 지표가 점차 높아져 2015년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혼합형 정권 부류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2016년 초반에 야당이던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이 정권을 형성하게 되지만 여전히 의회 의석의 25프로는 군부가 장악을 할 것이고 주요 정부부서도 군부의 통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테인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지난 12월에 수치 여사를 만나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약속했고 국제사회는 민주주의를 향한 미얀마의 도약을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지표에 나타난 북한의 상황은 어떤지 한번 보겠습니다. 북한의 민주주의 순위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지난 여덟 차례 연속으로 167개 국가 중 꼴찌입니다. 특히 선거과정과 시민적 자유 두 부문에서는 점수가 0점입니다. 북한 내에 시민사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투표율이 비정상적으로 100프로가 나올 정도로 선거에서 자유가 전혀 없는 현실이 반영되었습니다. 정부의 기능이 2.5점으로 가장 높았고,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서 1.08점을 받았습니다.

이 보고서는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특징은 다수결 원칙과 국민의 동의, 자유롭고 정당한 선거의 존재, 소수자 권리의 보호 그리고 기본적 인권의 존중에 기초한 정부라고 설명합니다. 또 민주주의는 법 앞에 평등, 정당한 법 절차, 정치적 다원주의를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주의란 말의 정의를 봐도 현재 북한의 실정과는 동떨어져있습니다. 북한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되어있습니다만 북한사회 어디에도 인민의,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민주주의의 요소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