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HRW가 본 2016년 북한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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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인권단체 중에 휴먼라이츠워치라는 데가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인권감시자'라는 뜻인데요. 휴먼라이츠워치는 1978년에 창립된 인권옹호단체로 전세계 20개 정도의 대도시에 사무소가 있으며 그 지역의 인권상황을 조사하고 정의실현을 위한 국제적인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규모가 큰 인권단체인데요.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세계의 인권상황을 조사하고 검토해서 매년 연례 인권보고서를 발행하는 일도 하는데요. 지난 1월 중순에 나온 ‘2017 세계 보고서’가 그것입니다. 90개가 넘는 나라들의 인권문제들을 요약 정리한 7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입니다. 5백만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 문제부터 아프리카지역의 독재자들 문제, 대중 영합주의에 기대어 파시즘 경향을 띄는 몇몇 국가의 지도자들에 대한 우려까지, 지난 한 해 지구상에서 벌어진 다양한 인권문제, 법치와 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도 한 장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휴먼라이츠워치의 ‘2017 세계 보고서’가 검토하고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지난 2016년 한 해의 북한 인권 수준은 어땠는지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김정은이 5년째 독재체제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의 북한은 여전히 공개처형, 법 절차를 무시하고 구금시키는 행태, 강제노동, 정치범 수용소 운영 등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2016년 한 해도 김정은은 중국 국경지역 경계 철조망을 강화하고 중국 손전화 사용을 통제하며 남한사람과 의사소통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처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정보이용 권리를 침해하고, 국제전화를 감시하고 외부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처벌하는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고 있고 12만 명에 달하는 수용소의 수감자들은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벌목, 채굴 등 혹독한 강제노동에 동원되며 성폭력, 공개처형 등 조직적 학대의 대상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강제노동에 있어서는 일반주민들도 예외가 되지 않는 현실도 설명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주민통제와 경제유지를 위해 주민들도 조직적인 강제노동에 내몰고 있으며 심지어 아동이나 학생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일반 주민들이 무보수 노동에 동원된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노동만 강요당하는 설명도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던 해외파견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요. 북한당국의 공식자료는 없지만 휴먼라이츠워치는 외화벌이를 위해 세계 여러나라에 나가 노동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이 10만 명은 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2016년의 북한인권상황을 조사 분석한 보고를 읽고 있자니 3년 전인 2014년 2월에 나온 유엔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결과 보고서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사위원회가 밝힌 사상, 표현, 종교의 자유 침해, 성분에 따른 차별,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식량권 박탈, 고문, 처형, 강제실종, 자의적 구금, 정치범수용소 운영, 자국민과 외국인 대상 납치, 이렇게 6가지로 분류된 인권유린은 2016년에도 여전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북한당국은 유엔에 공식적으로 인권 개선노력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에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에 통합보고서를 제출했고 또 12월에는 장애인권리협약도 비준한 것이지요. 북한당국도 여타의 유엔 회원국들처럼 인권 정상국가인듯 행동하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으로 일반주민들에게도 적으나마 개선의 조치들이 차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새해가 시작되면서 아동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보도, 교육 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장마당의 장사를 해야만 하는 어린 학생들의 안타까운 보도들도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에 북한당국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검토가 올해 10월에 있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2월 초, 즉 다음주에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있는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아동권리위원회 연구자들과 아동인권 피해자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도 그 회의에 참석하게 되는데요. 체계적인 당국의 지시에 따라서 북한의 십대 아동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 당국이 정한 사회적 계층에 따른 차별로 인해 교육의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 밖에 없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전문가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계획입니다.

유엔에서 토론하고 촉구하는 개선의 방향대로 북한주민들의 현실이 펼쳐질 수 있도록 2017년에도 국제사회는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휴먼라이츠워치의 ‘2018 세계보고서’는 좀더 개선된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