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인권 논의 시작되다

0:00 / 0:00

31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14일부터 나흘 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토론이 벌어집니다. 다음 한주간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모두 스위스 제네바에 모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국가들의 궁전’이라는 뜻의 ‘빨레드나시옹 (Palais des Nations)’ 건물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보고, 유엔 회원국가들은 어떤 주제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게 되는지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4일 아침 9시부터 마르주끼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발표가 있습니다. 특별보고관은 지난 2015년 한해 동안 조사한 북한의 인권상황을 인권이사회 회원국과 국제 시민단체들에게 발표하게 됩니다. 덧붙여서 권고안을 발표하고 유엔기구와 관련 국가 그리고 북한당국에게 해결을 위한 방안들을 제안합니다.

이어서 북한 유엔 인권이사회 대표부에서 특별보고관의 발표에 대한 북한당국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양측의 발표내용을 기초로 유엔 회원국가들이 각국의 입장과 우려사항을 발표하면서 문제 해결방안들을 제안합니다. 또 인권유린 희생자들과 이들과 함께 일하는 국제 시민단체들의 발표와 토론도 이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은 3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이것이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논의되는 과정입니다.

이 외에도 국제적인 시민단체들은 본회의가 열리는 기간 동안 다른 회의실에서 병행행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의 시민단체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이 협력하여 총 네 건의 병행행사를 개최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논의될 내용들은 이렇습니다. 북한의 여성 및 아동 등 취약계층의 인권문제에서부터 북한 내부,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할 수 있는 강제노동의 현실에 대해서 각각 14일에 병행행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손전화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정보유통의 자유 침해상황과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병행행사도 이후 이틀간 열립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일정은 인권이사회 회원국들이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입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이 몇 달 전부터 작성해둔 결의안 초안을 기초로 내용과 문구를 토론하고 수정해서 공동 발의하는 나라들의 지지를 얻어 결의안을 최종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의안은 31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끝나가는 3월 마지막 주에 표결에 부쳐서 통과될 것입니다.

공개적인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인권유린 희생자들은 개별활동들도 전개하는데요, 유엔 회원국가의 외교관들이나 관련 유엔기구의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는 일입니다. 관련국가 대표부를 직접 찾아가서 대사들을 면담하기도 하고 인권이사회 본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주변에서 즉석에서 대화도 합니다. 소규모의 회의들은 외교관들에게는 문서로만 읽던 북한의 인권 실상을 희생자의 목소리와 인권활동가들의 설명으로 더 가깝게 이해하게 되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활동가들에게는 외교정책을 일선에서 펼치고 있는 해당국가 외교관들에게 우리의 제안과 주장을 직접 설명하고 받아들여 줄 것을 호소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모습입니다. 이런 활동들은 결과적으로는 2016년 한해 북한인권개선을 위해서 국제사회와 해당 정부, 시민사회가 실행할 과제들을 권고하는 결의안의 통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면 국제사회가 올해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해서 가장 중요하게 다룰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북한의 반인도범죄의 책임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자는 것입니다. 전문가그루빠를 조직하여 반인도범죄를 다루는 국제법과 북한의 관례을 조사하고 북한당국의 책임성을 확실히 할 적절한 접근방안을 알아내고 희생자들의 진실과 정의를 담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전문가그루빠의 설립은 올해 처음으로 거론되기 때문에 그 역할과 활동 가능성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여전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형사재판소에 이 문제를 제소하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안이 결의안에 들어 있습니다. 또 국제형사재판소 조인국들이 자국에서 북한인권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을 열 수 있는 ‘보편적 재판관할권’의 원칙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이렇게 활발하게 북한인권 개선방안을 토론하며 인권이사회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 북한당국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과거 10년간 북한당국은 사실상 결의안 내용을 깡그리 무시하며 ‘반공화국 모략’이라는 주장만 해왔습니다. 올해는 더더욱 비상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을 것이며 결의안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고 전 인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가는 꼴입니다. 여기서 북한당국이 취해야 할 행동은 국제사회의 손을 잡는 것이지 낭떠러지를 향해 뒷걸음질 칠 일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