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당국이 자행한 반인도범죄 책임 규명 방안을 제시한 보고서가 제출됐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 보고서에서 제 눈길을 가장 사로 잡았던 것이 인권유린 희생자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국제적 수준의 인권의식을 갖춰야지 효과적으로 인권 개선 방안들이 실행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남한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4일 내놓은 ‘북한 이탈주민 인권의식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탈북민 응답자가 74.4%나 됐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정으로 조직된 ‘독립적 전문가 그루빠'는 북한 당국이 핵심적인 국제 인권규약들을 실행하겠다며 비준을 했고 또 헌법에서도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국제적 수준의 인권개념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지는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인권유린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를 밝혀서 처벌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전문가 그루빠 보고서는 북한의 현재 폐쇄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 내의 인권유린 희생자들을 인권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북한을 떠나온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북한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인권 개념 그리고 인권 회복과 개선을 위한 방법에 대한 정보 접근이 가능한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권고안으로 인권유린의 희생자와 인권유린으로 피해를 입은 집단들이 인권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국가와 시민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언론이나 교육, 홍보를 통해서 인권유린에 대한 해결책을 보장받을 권리에 대해서 희생자가 인식해야 한다며, 국제적인 표준과 수준으로 희생자들의 정의 실현을 위한 요구가 표현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을 권고했습니다.
전문가 그루빠는 북한주민들 속에서 인권 의식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화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는 외부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을 통해 이동의 자유, 평화적 집회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가능케 만들어야 한다고 이상적인 방안들을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가 바로 현재의 북한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방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 그리고 조금 더 중장기적인 미래에 반인도범죄의 책임규명을 위한 재판소 설치가 진행될 시기를 대비해서 법적 제도적인 연구를 한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당장은 현실성이 없는 공허한 소리로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인 표준과 수준에서는 전문가 그루빠가 제시한 권고 내용들을 장기적 방향으로 설정하고 북한인권 실현의 길을 갈 것이기에 북한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문구 하나하나를 설명드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당국이 주장하는 인권인식과 개념은 어떤 것입니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과 얼마나 차이나고 다를까요?
남한 통일연구원의 김수암 박사가 쓴 책에 북한 당국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잘 설명 돼 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북한의 경우 인권개념이 주체사상과 결합됨으로써 인권이 유일사상체계의 하위개념으로 전락했다. 혁명적 수령관에 기초해서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의 대가로 인권을 보장받는 수령의 선물과 배려로 전락했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론에는 국제인권규약 등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인권을 어떻게 보장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 자체가 없다. 유일사상 10대원칙에 따라 절대적으로 충성할 때 인권을 누릴 수 있다는 개념이 형성돼 있다.”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식의 인권개념은 유엔의 존재 근거인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에서 정의한 보편적 인권의 개념에 어긋나는 이해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은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과 누려야할 인권 개념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30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마지막 30조에서는 이렇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 선언의 어떠한 부분도 특정 국가나 집단 또는 개인에게 인권과 자유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실행할 권리나 그런 종류의 활동에 가담할 권리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즉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혁명적 수령관에 의해서 주민들의 전반적인 인권을 유린하면서 절대적인 충성을 유도해내는 행위를 하는 것은 국제 인권기준과 국제 인권규약을 위반하는 내용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주민들의 인권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가치이며 존중받아야 할 존엄성에 대한 것이지 최고지도자 한 개인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