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두려워서 주저할 때 정의와 양심, 도덕이 가르쳐주는 바에 따라 목소리를 내고 사회를 변화시킨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50년 전 4월 4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의 뉴욕시 한 교회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역사적인 대중연설을 합니다. ‘베트남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연설이었는데 당시에 한창 진행 중이던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정치연설이었습니다.
1967년 당시 38살 나이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흑인으로서 시민권리운동의 지도자였으며 기독교 교회의 목사이기도 했습니다. 킹 목사는 훌륭한 웅변가였고 비폭력 시민운동을 통해 미국의 인종차별 개선과 노동자 인권 개선에 기여한 활동가였습니다. 그 공로가 세계적으로 인정돼 1964년에는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습니다.
1963년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연설한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인종차별 반대 연설은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연설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연설의 일부를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그래도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어느날인가는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명백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이 나라에서 그 신념을 실행하게 될거라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 위에서 예전에 노예였던 사람들의 자식들과 예전에 노예주인이었던 사람들의 자식들이 형제애를 나누며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게 될거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네 명의 어린 자식들이 피부색깔이 아니라 각자의 인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후 1965년에 흑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법안이 통과돼 현재와 같이 인종에 상관 없이 정상적인 참정권을 국민이라면 모두가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 흑인들은 2등 국민으로 무시당하며 투표권도 부여받지 못하고 차별받던 시기였기 때문에 킹 목사의 이 같은 연설은 양심있는 미국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습니다.
1967년 ‘베트남을 넘어서'라는 연설에 대해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베트남 전쟁은 1955년에 시작해서 20년이 지나서야 미군이 주도하는 군대들이 철수하고 북베트남의 승리로 마감하게 됐지요. 1960년대 초중반은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에 군사력을 한창 증강하던 시기였습니다.
킹 목사는 베트남 주민들의 살상 소식을 언론보도로 듣고 마침내 인생을 변화시킬 가장 정치적인 연설을 합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자행한 행위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당국이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화학무기 등을 실험한 것과 비교했습니다. 킹 목사는 미군의 최신 무기를 베트남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를 통렬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분명히 길고 어둡고도 창피스런 시간의 골목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은 권력을 가졌으나 연민이 없는 사람들, 세력을 가졌으나 도덕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힘은 있으되 통찰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차려질 것이다”라며 전쟁으로 인한 암울한 미래를 경고를 했습니다.
“내겐 꿈이 있다"고 하던 연설과는 대조적으로 아주 우울한 전쟁반대 연설이 50년 전 4월 4일에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킹 목사는 미국인 시민운동가를 넘어서 전 세계의 인권을 위해서 일하는 활동가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대부분의 언론들은 미국정부의 편에 서서 킹 목사를 비판했고 시민운동권의 동료 활동가들도 킹 목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활동가들은 존슨 대통령을 정치적 협조자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대통령과 정치권이 바른 소리를 한 킹 목사를 좋아할 리가 없었고 감시와 통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킹 목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연설을 한 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도덕적으로는 현명한 행동이었다. 모든 사람이 말하기 두려워할 때 미국이 잘못됐다고, 영향력 있는 누군가는 말해야한다는 것을 진실로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인기없는 역할을 내가 맡아야 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사회적 침묵을 배신으로 여기고 그 침묵을 깨고 전쟁 반대 연설을 한 지 딱 1년이 지난 1968년 4월 4일이었습니다. 킹 목사는 흑인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테네시주 멤피스를 방문했는데 한 백인 우월주의자가 킹 목사의 머리에 총을 쐈습니다. 그리고 39세의 나이로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그 즈음 미국 전체에 전쟁 반대 여론이 넘쳐나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공천에서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과 인명을 중시하는 가치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종차별은 누구나가 혐오하는 악행이라는 보편적인 정서가 생겼습니다. 1960년대에 킹 목사가 꿈꾸던 노예와 노예주인의 자식들이 어울려 지내는 꿈이 실현이 된겁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의 외침과 희생, 양심과 대의의 가치를 존중하는 행동들이 모여 민주화되고 인권을 존중하며 진보하는 지금의 세계를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