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국정운영 총화는 누가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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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입법기구로써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가 4년마다 한번씩 진행됩니다.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지난 13일에 있었습니다.

총선은 국회의원을 뽑는 절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들이 정당의 정치활동과 정부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총화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집권여당과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을 잘했을 경우는 또다시 여당소속 의원들이 많이 당선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들은 야당의원들에게 투표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13일에 있었던 총선결과를 두고 남한 언론들은 ‘성난 민심의 폭발이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그리고 ‘국민이 만든 투표혁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투표결과를 보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한의 국회 의원수는 300명인데요, 지역 선거구에서 주민들의 추천으로 각 당을 대표해서 나온 후보자들 중에서 선거로 뽑히는 의원이 총 253명입니다. 그리고 특정영역의 전문가나 소외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로 각 당에서 추천되어서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선출되는 비례대표 의원이 47명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정당별 의원 수를 보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122명이 선출되었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123명, 합리적 개혁을 부르짖으며 올해 2월에 창당한 국민의당에서 38명, 사회민주주의의 이념을 내건 정의당에서 6명의 의원 그리고 무소속 의원이 11명 당선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300석 중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이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했다고 반성했으며, 또 다른 의원은 ‘우리의 오만함에 대해서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한 석이 더 많지만 승리의 분위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부분이던 전라남북도의 지역구 28곳 중에서 3곳에서만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이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표도 호남지역의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38석을 확보한 국민의당이 오히려 환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국민의당 지역구 득표율은 14.9프로지만, 비례대표 의원선출을 위한 정당 득표율에서 26.7프로가 나왔습니다. 민주당의 25.2프로보다 더 높습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서 남한국민들은 타협할 줄 모르는 여당의 독주와 국민과 의사소통이 부족한 박근혜 정권에 등을 돌렸습니다. 또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타협과 양보 없이 대결만을 일삼던 양당구도를 끝내고 남한의 정당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남한주민들은 선거를 통해서 정부와 정당을 심판하고 총화합니다. 그런데 남한의 국회에 해당되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와 김정은 정권은 어떻습니까?

북한에서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을 선거로 뽑습니다. 5년에 한번씩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고, 4년에 한번은 지방인민회의 선거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당이 각 도당에 대의원 후보자를 선정하여 하달하고 이를 기초로 각 도당에서 선거구별 후보자를 중앙당에 올리면 중앙에서 후보자를 확정합니다.

선거방식도 보통 평등 비밀 선거의 원칙에 완전히 위배됩니다. 찬성투표는 투표용지를 접어서 바로 투표함에 넣고 반대할 경우에만 기표소에 들어가 후보자 이름 끝에 표시를 한 후에 투표함에 넣습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반대투표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또 북한당국이 “100프로 찬성투표하자”라는 구호를 내걸어 국제사회에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선거에 불참할 경우는 정치사상을 의심 받게 되고 선거 불참을 이유로 관리소로 끌려간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남한의 이번 총선 투표율은 58프로로 지난 19대 총선 때보다 조금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투표율은 언제나 99.97프로를 기록합니다. 즉 북한주민들의 자유로운 참정권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이런 마술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투표율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이를 자랑으로 떠들고 있어서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25조는 ‘모든 시민은 차별이나 불합리한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되며, ‘자유로이 직접 선출한 대표자를 통하여 정치에 참여’할 것과 ‘보통 평등 선거권에 따라 비밀투표’를 통해서 참정권을 누려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북한도 이 국제규약의 가입국입니다. 북한정권도 국민들의 정당한 참정권을 허용하고 정상적인 투표를 통해 인민들의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