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반면교사의 교훈, 홀로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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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위너 도서관(Wiener Library)에 보관돼 있던 특수한 자료들이 4월 21일부터 개방돼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70년 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유엔 전쟁범죄 위원회’의 이름으로 보유하던 나치의 유대인 집단수용소 증거 기록물들이 처음으로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이 자료들은 1943년과 1949년 사이 2차세계대전의 연합군이 보유하고 처리해 만든 각종 기록 문건들로, 전쟁범죄 책임자 목록, 기소장, 회의록, 재판기록과 같은 자료들입니다. 1940년대 후반에 냉전이 시작되면서 패전국인 서독이 서방 자유진영의 주요 국가로 전환하면서 이 기록들은 일반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폐쇄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많은 연구자들은 유엔 전쟁범죄위원회 기록보존소의 열람을 요청했고 마침내 미국 오바마 대통령 시기의 유엔 대사였던 사만다 파워 씨가 기록물을 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연하게도 이보다 며칠 앞서 십여 년 간 나치 관련 문건을 연구하던 댄 플레시 박사가 쓴 '히틀러 이후의 인권'이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플레시 박사는 영국정부의 허가를 얻어서 ‘유엔 전쟁범죄위원회'의 기록물들을 참고해 연구하고 책을 집필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시 박사의 책으로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가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홀로코스트의 대량 살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일반적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으로 알고있지만 댄 플레시 박사는 그보다 2년 반 전에 미국이나 영국, 구 소련 정부당국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1942년 말경 최소 2백만 명의 유대인이 이미 살해당했고 그 후로도 5백만 명 정도가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나치에 대항해 저항운동을 하던 사람들이나 유대인 집단수용소에서 몰래 빼내온 자료들을 기초로 히틀러와 나치를 전쟁범죄자로 기소할 준비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로 "제소가 진행될 경우에 전쟁 이후 독일과 미국의 경제적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미국 국무부 내에 많이 있었다"고 당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 정부의 국무부 관계자가 밝혔다고 합니다. 또 미국과 영국 의회는 전후 독일 재건을 위해서 그리고 당면해서 공산주의에 맞서는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나치 지도부에 대한 처벌을 축소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보도는 우리에게 몇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해 줍니다.

첫째로 인류는 70년이 지났는데도 히틀러와 나치당국이 저지른 전쟁범죄와 제노사이드라고 불리는 대량학살을 연구하고 반성하며 책임을 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 앞으로 70년이 더 지나도 인류는 이 잔혹한 중대 범죄를 잊지 않고 연구하며 되새길 겁니다.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그리고 반인도범죄는 인류의 양심과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책임을 묻고 처벌을 논하게 되는 범죄입니다. 김정은과 북한 당국이 저지르고 있는 인권유린들의 많은 부분이 반인도범죄입니다. 즉 지금 우리가 히틀러의 악행을 기록하고 기억하듯이 앞으로 십년이든 백년이든 김정은 정권이 저지르는 반인도범죄를 인류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로 그런 차원에서 기록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활동인가 시사해 줍니다. 히틀러와 나치의 악행들도 살아나온 사람들과 몰래 빼내온 기록물들에 의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도 탈북민들과 북중 국경지역을 넘어 나오는 정보들에 의거해 북한 당국의 범죄행위를 기록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4년 2월에 나온 유엔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가장 대표적이며 유엔 최고대표사무소의 북한인권 서울사무소도 북한의 인권유린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남한의 국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통일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에는 처음으로 통일부의 북한인권 기록자료들이 법무부로 이관 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3개월에 한번씩 기록보존소의 자료를 법무부로 이관하도록 정해두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인권유린과 반인도범죄가 남한과 유엔에서 기록되어 향후 책임규명을 실행하는 시기에 법적 자료로 활용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인류가 히틀러의 만행을 지켜봤고 그리고 희생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잘못도 저질렀습니다. 그로 인해 예방할 수도 있었던 5백만 명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역사의 실수를 유엔과 국제사회는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오류의 역사를 경험하며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즉 북한 당국에 의해 희생되고 유린되는 무고한 주민들을 위해서 국제사회는 공동의 책임감을 가지고 70년 전에 저질렀던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늘 설명드린 히틀러에 대한 보도들은 국제사회에는 역사와 현실을 살펴보도록 하는 교훈이지만 반인도범죄의 가해자인 북한 당국에게는 조심하라는 경고의 신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