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은 남한의 4.19혁명 56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에 하루 앞서 북한인권 시민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4.19 혁명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4.19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미, 반정부’ 항쟁으로 알려져 있어 ‘4.19인민항쟁’이라고 불리는 4.19혁명과 4.19혁명정신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4.19혁명은 1960년 남한의 제1공화국 자유당 정권의 3월 15일 부정선거에 대항한 학생시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3월 15일 대선에서 자유당이 이승만 대통령의 4선 확정과 이기붕의 부통령 당선을 위해서 개표조작을 했습니다. 이에 대항해 마산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시작이 되었고, 3.15 마산시위에 참여했던 마산상업고등학교 1학년이던 김주열 학생이 실종된 지 27일만에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이 사실을 부산일보가 보도하면서 분노한 학생들의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서울에서는 4월 18일 고려대학교 학생 3천여 명이 데모에 참여했고 그 날 오후 고려대 총장의 만류로 시위를 중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부가 조직한 폭력배들에게 학생들이 폭행당하면서 4월혁명이 불붙게 되었습니다. 19일 계엄령이 선포되었지만 무장한 학생과 경찰 간의 총격전과 경찰 측의 곡사포 사격 등으로 인해 희생자가 속출하면서 시위는 더욱 격렬하게 번져갔고 대학교 교수들까지 합세하게 됩니다. 사태를 우려한 공직자들의 설득 끝에 이승만은 4월 26일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부패한 독재정권을 개혁하려는 국민들의 불굴의 의지와 처절한 희생으로 남한 민주주의 역사는 시작되었습니다. 4.19 혁명 기간 동안 185명이 사망했으며 천 5백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 컸던 만큼 역사적인 의미도 큽니다. 4월 혁명은 10년 이상 누적된 부패와 사회악에 대한 저항이었던 점, 혁명을 통해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불안정했지만 민주체제가 시도된 점, 세계 민주화 운동의 큰 흐름에 남한도 동참하게 된 점, 시민의 힘으로 부정에 대항해 정의를 세운 점,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정신이 1980년대까지 이어져 내려와 1987년 민주화의 결실을 맺게 한 점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로써 한국 현대사와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4월 혁명의 이러한 역사적 의의를 되살리고 혁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4.19 문화상 수상은 더욱 의미가 깊어 보입니다. 4.19문화상은 혁명 당시 학생운동의 주역들과 그 후대들이 조직한 단체인 ‘4월회’가 제정했습니다. 이 상은 4월 혁명정신을 계승하고 진리와 이성, 자유와 정의를 위해 사회와 역사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4월회’는 ‘자유, 민주, 정의, 통일’이 4월 혁명의 정신이며 이를 계승하여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참다운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시상식에서 밝혔습니다. 4월회 이사장은 올해의 수상자 선정 배경으로 “아직 민주와 평화통일의 과제는 완성되지 않았다”며 북한인권문제의 해결만이 4월 정신의 완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1980년대 초반 광주 민주화 운동을 통해 군부정권의 탄압을 목격하며 4.19혁명의 저항의식을 이어나간 인물들이 1999년 12월에 창립한 남한의 북한인권 시민단체입니다. 단체의 한기홍 대표는 수상소감에서 “우리의 운동은 북한동포들이 당하는 참혹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인간으로서, 또 같은 민족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에 부응하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남한이 “민주화를 이루어 냈듯이 북한에서도 민주주의의 새벽이 올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북한인권을 위한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4월 혁명의 숭고한 정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19 혁명의 결과로 개헌이 이루어지고 민주당이 이끄는 제2공화국이 출범하지만 그 이듬해 박정희가 주도한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혁명은 아쉽지만 미완으로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남한은 시위를 통해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열의를 표현하고 선거로 정부를 견제하면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북한도 민의를 표현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정상적인 인권과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미완의 4월 혁명은 북한 땅의 인권실현을 통해 완성된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