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국가 발전의 핵심은 국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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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남한에서는 19대 새 대통령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반년간 남한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역사적인 정치혼란을 국민의 힘과 의지로 안정시킨 결과입니다.

지난해 가을 남한의 언론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통령의 가장 친한 친구인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이 연루된 부정부패와 비리 그리고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들을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국민 여론에 따라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대통령 탄핵 소추를 결정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12월초에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이 날 때까지 두어 달 동안 국민들은 전국각지에서 그리고 서울에서는 대통령의 집무공간인 청와대 앞 광장에서 대통령의 실정과 부패, 국정농단 사건을 비판하는 데모를 진행했습니다.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폭력시위로 전개되지 않고 끝까지 질서정연하게 축제 같은 분위기를 유지했습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부패와 비리를 성토하고 거리를 행진하고 그리고 집회장소를 깨끗히 청소까지 했습니다. 이런 식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이는 평화적 집회를 두 달 가량이나 진행한 겁니다.

'촛불 민심'이라고 부르는 국민적 합의의 목소리는 19대 대선에서 41.1 퍼센트의 지지율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이념에 있어서 사회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진보 좌파 성향의 정당입니다. 즉 우파 보수주의 정치로 대표되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 맞서서 지난 10년간 야당으로 정치활동을 해왔습니다.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을 선택함으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와 대통령 친구의 국정농단, 그리고 각종 전근대적인 권력형 범죄들을 심판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체 과정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국민의 힘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 2항의 정신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남한은 대통령 직접선거제도를 시작한 1987년 대선 때부터 우파 보수 성향의 정당과 좌파 진보 성향의 정당이 대략 10년 정도를 주기로 정권을 번갈아 교체하며 정치를 해왔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과거 권위주의적인 악행을 답습하다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대통령도 있었고 대통령의 무능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은 대통령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정치 색과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진 다양한 정치세력들 간의 견제와 비판, 경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남한의 정치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런 과정의 내면에는 국민의 염원과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한 내에서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지난 반년간의 정치적 변화와 그 속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 참여활동은 놀랄만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민중의 힘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한국이 일깨워 줬다"고 묘사하며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전했습니다. 덧붙여 "1980년대 후반에 독재체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나라에서 이런 강력한 민주적인 이야기가 나오다니 정말 놀랍다"고 감탄했습니다.

남한의 대통령 선거 바로 전날에는 유럽의 프랑스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그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프랑스 국민들은 66.1 퍼센트의 지지율로 합리적 중도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당선시켰습니다. 전진하는 공화국이라는 뜻의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라는 중도성향의 정당을 국민이 선택한 것은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함 그리고 경제상황의 악화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신생 정당의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후보를 선택했다고 언론들이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지구상의 정상적인 국가들은 모두 국민의 힘으로 국민의 희망에 따라 정치가 발전하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의 인기에만 영햡해서 국민들의 마음만 사기 위해 엉터리 공약을 내세우는 능력없는 지도자들도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남한의 시민사회와 정치계의 발전을 돌아본다면 갈등, 심판 그리고 화해와 치유 등 변화와 진보의 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의식도 정치인들의 능력도 발전하고 성숙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부를 만들고 변화시키는 국민의 권리가 바로 정치의 기본이다”라고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말했습니다. 국민이 그 권리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할 때 그 나라는 제대로 변화발전하지 못하고 부패하고 썩어가는 것은 당연한 논리겠지요.

우리 청취자 분들의 권리가 제대로 실행되어 북한 당국이 개조하고 변화 발전할 가능성은 언제쯤이면 북한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