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언론통제 현실 확인시킨 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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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제7차 당대회가 지난 9일 폐막됐습니다. 북한당국은 이례적으로 이번 당대회에 외국 언론인을 130명이나 초청했습니다. 이는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4차 핵실험으로 심화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뜻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의 행보가 국제적 관심의 중심에 있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이중적이며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지를 전세계에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외국언론을 초청해놓고 정작 취재는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외국기자들을 당대회가 열리는 4.25문화회관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습니다. 외국기자들은 4.25문화회관 200미터 밖에서 서성이거나 북한당국이 보여주는 다른 장소만 둘러보다 돌아가야 했습니다. 폐막식 당일 겨우 30여명의 기자들만 선발해서 4.25문화회관 안에 들어가도록 허락했지만 취재시간은 단 10분뿐이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초청된 130명의 기자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줬다고 비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는 당대회장을 바로 앞에 두고 관련 소식을 TV로만 봐야 했던 사실이 절망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기간 내내 따라붙은 감시자들의 행태에도 외국언론들은 경악했습니다. 기자 1명에 2-3명의 안내원들이 배치되어 취재를 통제하고 촬영영상을 검열했습니다. 미국 CBS의 기자는 안내원들이 여권을 가져갔으며 무엇을 보고 누구와 이야기할지를 일일이 간섭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롭게 모험적으로 탐색하며 기사거리를 찾는 것이 본성인 기자들에게 북한당국의 통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흔들림 없는 북한사회를 보여주기 위해 잘 돌아가는 공장, 병든 주민을 무상으로 치료해주는 병원, 시민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놀이공원 등을 기자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언론 기자들은 의사, 환자, 주민, 노동자들은 북한당국이 전부 가짜로 꾸며서 연기를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양을 방문했던 대다수의 기자들은 북한당국이 보여준 사회의 모습은 모두 가게의 진열장과 같았다, 무대 위의 쑈와 같았다, 영화처럼 연출했다는 등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비판을 많이 받은 사건은 영국 BBC 기자들을 억류하고 추방한 일입니다. 북한당국은 지난 9일 북한의 현실을 ‘왜곡 날조해서 모략보도’를 했다며 BBC 언론인 3명을 8시간이나 억류하고 심문한 뒤 추방했습니다. 그 이유는 BBC의 윙필드-헤이스 기자가 북한당국이 원하는 식의 취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평양의 한 병원을 방문한 뒤 ‘환자들의 상태는 아주 좋아 보였고 의사도 진짜처럼 보이지 않으며 모든 게 꾸며진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김정일이 숨지고 난 뒤 그의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아들 김정은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그 어떤 정부나 단체도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이 바로 정부나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하여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고 사회 진보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표현과 언론의 자유 문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침해할 수 없는 핵심 권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외국 언론까지 통제하려다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과 조롱만 받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BBC 취재단 추방에 대해 ‘표현의 자유야말로 안전하고 번영하는 사회의 초석이자 인권실현에 필수적 요소’라는 입장을 표현했습니다. 또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취재를 제한하고 추방하는 것은 치욕스러우며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당국을 규탄했습니다.

더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주민들에 대한 언론통제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말살하는 것입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도 외국언론인들이 겪은 일들은 북한주민들의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경시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도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체제위협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을 관리소에 수감하거나 고문하는 행위가 반인도범죄에 해당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고 북한의 독립적인 언론이 객관적인 정보를 발표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길임을 북한당국은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