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에서는 의미 있는 북한인권 행사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와 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인권 활동가들이 참여한 ‘유엔 인권기구와 북한여성의 인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입니다.
2월에 ‘북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주제로 영국의 런던에서 국제대회가 있었고, 북한 여성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기는 올해로 두 번째입니다. 유엔의 북한 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국제적인 북한인권 운동은 문제의 책임자를 찾아내고 범죄사실을 확인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인권유린의 내용을 가지고 문제의 책임소재와 해결점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도 북한인권 운동의 이런 흐름에 맞춰 ‘여성인권’이라는 주제로 해결방안에 접근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즉 북한의 여성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의 어떤 기구들을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 것입니다. 저도 이번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하여 국제사회의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유엔과 여러 나라 정부들을 북한인권개선 활동으로 유도하는 전략에 대해서 발표를 했는데요, 오늘은 이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북한여성문제 개선을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유엔의 기구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유엔의 ‘여성차별철폐위원회 (CEDAW)’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북한도 2001년 ‘여성차별철폐규약’에 가입했습니다. 규약가입국가는 4년마다 국가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해 규약의 의무조항들을 잘 준수했는지를 보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고서를 검토하는 회의에서는 국제사회의 시민단체들도 함께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한의 여성인권 실태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집니다.
‘특별절차’라는 기구들도 있습니다. 유엔의 특별절차에는 ‘인신매매에 대한 특별보고관,’ ‘여성폭력에 대한 특별보고관,’ ‘여성차별에 대한 실무그룹’이 있어서 탈북자들 중 인권유린에 피해를 입은 분들은 이곳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피해상황을 호소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유엔의 보편적 정례검토도 소개되었는데요, 모든 유엔의 회원국가들이 4년마다 한번씩 자기 나라의 인권상황에 대해 유엔의 검토를 받는 것입니다. 이때도 유엔 회원국가의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시민단체들도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한에서 벌어지는 여성 인권유린을 고발하고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토론자들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북한여성의 인권현실에 대해서도 분석했습니다. 우선 1990년대 말 식량난을 지나면서 북한당국이 배급제를 포기한 이후 주민들 스스로 살아갈 방도는 찾는 과정에서 가두여성들의 역할과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여성들이 가정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가정경제를 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인해 여성들은 가정 내 폭력에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인민반을 중심으로 하달되는 과제를 수행할 임무도 가두여성들의 몫입니다. 정기적인 농촌동원부터 파철, 파지 줍기, 건설동원, 도로 닦기 등 거의 매일 떨어지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장마당 장사로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에 비해 이중 삼중의 부담과 고통을 당하는 것이 여성들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남성 중심적 국가관에 기초해 이등국민으로 대우받으며 가정폭력, 성적 착취와 학대 그리고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의 정신건강에 대한 개념이나 배려가 없는 탓에 가정폭력과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는 여성을 위한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기관도 없으며 심지어는 당국의 법체계 내에서는 가정폭력을 범죄로 취급하지도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국제사회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항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주시하며 개선과 해결을 위해 멀리서나마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여성들은 2000년대 들면서 국가적으로도 가정적으로 더욱 힘겨운 짐을 지고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우리가 희망적으로 봤던 점도 있습니다. 북한여성들이 장마당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남성들보다 세상의 정보에 더욱 깨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보다 먼저 시장경제의 원리를 깨쳤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체제의 문제점들을 더욱 일찍 파악하고 자립적인 존재로서 인식을 키워나갔다는 것입니다.
여성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 전근대적인 북한을 진보적이고 발전된 국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꼭 인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