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공포정치에 안정적인 국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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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형과 관련된 소식들이 흥미롭게도 미국과 북한에서 동시에 들려오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 두 나라의 사형제도를 비교해 봄으로써 북한의 처형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를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먼저 미국의 소식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5월 15일, 미국 보스톤이라는 도시에서 조하르 차르나예프라는 21세 청년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차르나예프는 지금부터 2년 전인 2013년 4월, 보스톤 마라톤 대회 결승점 부근에서 폭탄 2개를 터뜨리는 테러를 저지른 범인입니다. 폭탄테러로 인해 현장에 있던 시민 3명이 사망하고 2백60명 이상이 다쳤으며 그 중 17명은 다리를 잃었습니다.

이 청년이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3심에 이르기까지 오랜 재판절차를 거쳐야 했고 마지막 선고를 앞두고는 다양한 의견들이 대두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희생자 가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사형선고가 마땅하다고 하는가 하면 어떤 희생자 가족은 범인이 당시 19살로 어렸고, 극단주의 이슬람 종교에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며 사형판결에 반대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폭탄테러로 사망한 8살박이 소년의 부모마저도 가해자의 목숨은 살려줘야 한다는 의견을 배심원들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사형선고가 나오자 담당 변호사는 “오늘은 축하하는 날이 아닙니다. 반성과 치유를 위한 날입니다”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말기를 염원했다고 전합니다. 결국 차르나예프는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미국의 사형제도는 매우 까다롭고 변수가 많습니다. 사형집행 시기도 언제일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남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한에는 지금 40여 명의 사형수가 수감되어 있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사형판결을 받았지만 10여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이름만 사형수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인권기구들은 한국을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이나 한국 같은 민주국가에서는 비록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라 할지라도 인간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사형제도는 어떤가요? 지난 5월 13일 남한의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현영철 인민부력부장이 불경죄로 총살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유는 김정은이 참석한 군 행사에서 졸았고, 또 김정은에게 말대꾸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4월 말일에 평양 부근 사격장에서 수백 명이 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처형당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변인선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 노동당 재정경리부장도 숙청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아직 북한당국의 공개적인 보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은 내부적으로 군부대 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수령의 영도를 거부해서 현영철이 처형됐다고 언급했고, 현영철을 독단과 전횡의 군벌주의자라고 비판했다는 소식들이 북한내부에서 들려옵니다.

장성택 처형 당시를 떠올려보면 이번 현영철의 사형판결을 위한 변변한 재판도 열리지 않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장성택 판결문에는 장성택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했다고 처형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영철의 처형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사형 소식이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지요.

김정은은 올해에만 15명의 고위간부들을 처형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본인의 권력을 안착시키고, 본인 중심의 유일영도체계를 확고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형을 일삼으며 공포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처형과 같은 극단적이고 비인간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김정은이 권력이 유지된다는 말은 김정은의 지도력이 그 만큼 약하고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의 정상적인 국가지도자들은 국민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펼침으로써 영도체계를 세우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권력은 그 나라의 주권을 가진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에 반하거나 군림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본이나 남한 같은 아시아의 국가들이나 얼마 전에 선거를 통해 총리를 선출한 영국과 같은 서양나라들에서는 국민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결국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단지 김정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생명을 부지할 수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들은 북한당국의 잔인 무도한 폭정을 더욱 철저하게 감시하고 제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안에서 말하는 것처럼,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는 나라들은 북한의 비이성적인 폭정을 잠재우기 위해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면밀히 살피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도록 촉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인해 무고한 북한주민들이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도록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한 세계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북한당국이 지금처럼 인명을 경시하는 잔인한 공포정치가 체제유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진리를 똑바로 인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