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문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6월 23일, 서울 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유엔 인권기구의 최고 수장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Zeid Ra'ad Al Hussein) 인권최고대표가 참석해 인권사무소의 활동 시작을 국내외에 알렸습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이 자리에서 “수백만 명이 전체주의 체제에 갇혀 자유를 빼앗긴 채 살고 있으며, 그 중 수만 명은 정권에 충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끔찍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또 “서울사무소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관찰, 기록함으로써 향후책임규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그 역할을 언급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현지 기구가 동북아시아에 세워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결과보고서가 나온 지 1년 4개월 만에 실행하는 첫 번째 권고 사안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유엔인권사무소의 기본적인 역할과 기능은 2014년 2월에 나온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잘 나와 있습니다. 보고서는 인권사무소가 북한 인권유린의 책임을 규명할 조직이며 “특히 반인도범죄에 해당되는 인권 유린에 대해 다룰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기능에 대해선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진행했던 작업들, 즉 증거수집, 문서기록 작업 그리고 관련 정보를 축적, 저장하는 일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인권사무소의 장기 목적으로는 “북한의 반 인도범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규명 문제를 다루고, 이들을 기소하는 유엔의 노력을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사무소는 앞으로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상황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관찰할 것입니다. 또 탈북 주민들을 직접 만나 인권유린의 경험들을 기록할 것입니다. 이전에도 인권범죄 피해를 입은 탈북 주민들의 증언은 많았지만 국제적 공신력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인권사무소의 기록은 국제사회에서 법적인 공신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인권사무소의 이런 활동이 반가울리가 없습니다. 최근 반응만 봐도 북한 당국이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22일, 북한은 남한의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대학생체육경기대회에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불참의 이유로 유엔 인권사무소의 개소라고 밝혔습니다. 23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감히 도전하는 특대형 정치적 도발행위이며, 범죄행위"라고 반발했습니다. 24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이제는 말로 할 때는 지나갔다”며 무력대응을 암시하는 위협까지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위협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여론만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게 배경에는 북한 당국의 잘못된 대응이 한 몫을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정당한 인권개선 요구를 모략이니 적대정책의 산물이니 하면서 북한에는 인권문제가 전혀 없다고 강변한 게 오히려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조사위원회 구성과 인권사무소 설치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거나 뭔가를 해보겠다고 나서는 건 이제 불가능합니다. 국가관계에서도 인권문제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불편하다고 해도 이것이 국제적 현실입니다.
북한 당국은 실추된 명예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인권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이번에 설치된 유엔 인권사무소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인권사무소가 북한을 적대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인권개선을 위해 협력에 나선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유엔 인권사무소를 거부하고 위협을 계속한다면 국제사회의 감시와 개입은 더 강화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