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과 8일 이틀간 독일 북부지역의 큰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20개 국가 대표자들이 모였습니다. G20 정상회의가 진행됐기 때문인데요.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5일부터 독일수도 베를린에 도착해 다양한 외교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이 때문에 남한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과 전세계 주요 언론들이 지구상 최강대국 20개 국가의 수반이 와 있는 독일을 조명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독일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독일은 20세기 초반부터 독재와 전쟁, 분단과 갈등을 거쳐서 오늘의 발전된 통일 독일, 유럽 최고의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독일의 현대사를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우리는 분단과 통일을 논할 때 항상 독일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일하면 ‘통일’이라는 주제어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는 1930년대 초반부터 독일과 유럽 사람들이 경험했던 인류의 비극과 독재 그리고 한반도에서 최근까지 경험하고 있는 비극과 독재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독일이 지금은 유럽연합을 주도하며 진보의 길을 가고 있는 선진국가지만 불과 80 여년 전에는 인류역사상 가장 악독한 독재 하에게 처참한 잔혹사를 경험했던 국가입니다. 독일은 1933년부터 2차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아돌프 히틀러라는 악마적인 독재자의 지배 하에 있었습니다. 히틀러가 지휘하는 독일의 나치정당이 1932년 연방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독일과 세계 현대사의 불행이 시작됐습니다.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세계 사람들은 막연하게 북한을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사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구조로나 이념적으로도 파시즘 정권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파시즘의 대표성을 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독일 내에서도 최근에는 북한정권과 나치 정권을 비교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들이 독일 지식인들 특히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가 지난 4월에 베를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독일의 한 유명 철학자가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두 정권의 파시즘 성향의 유사성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935년부터 독일의 선전부를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당' 즉 나치정당이 장악하면서 현대사의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1960년대 중반 김정일이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처음 중앙당에 들어가 북한의 선전선동부를 장악한 것이나 같은 논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독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나치정당의 이념적 선전선동이 시작됐습니다. 방송사를 장악하고 모든 세대에 라디오를 설치해서 같은 시간에 나치정당의 선전선동을 모든 주민들이 듣도록 했습니다. 나치당은 국민들의 외국라디오 청취를 금지했습니다. 이런 언론 통제와 선전은 1944년 말경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전 분위기가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도 전쟁에 승리하고 있다고 거짓 선전을 할 정도였습니다. 히틀러에 대한 우상화 교육을 하면서 초능력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신화를 창조하는 역할도 선전부가 맡았습니다. 북한에서 텔레비젼과 라디오 통로를 단일화해서 외국 정보를 차단하고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 교육만 실시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히틀러의 나치정당은 천만 명이 넘는 민간인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살해했는데요. 이 중에는 6백만 명이 유태인이었고 2백7십만 명 이상의 장애인도 포함 돼 있습니다. 히틀러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죽여 없앨 목적으로 아우슈비츠라고 불리는 집단수용소를 건설해서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사람들을 살해했습니다. 독일사람들은 이 수용소를 ‘살인공장’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정말 설명만으로도 소름 돋는 끔찍한 역사입니다.
구조나 체계, 목적 등은 조금은 다르지만 대규모 인명 살상이 이루어진다는 차원에서는 북한의 정치범 관리소와 비교할 만합니다. 다만 북한의 정치범 관리소는 대대적인 정치적 반대자들을 격리시켜서 죽을 때까지 처참한 상황에 버려둔다는 것이 다릅니다만 반인륜적이라는 차원의 잔인함은 비교할만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갈 무렵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는 자살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은 연합군의 승리로 종료됐고 독일의 남부에 있는 뉴른베르크라는 도시에 국제전범재판소가 차려져서 나치정당이 저지른 범죄들, 즉 대량학살과 전쟁범죄를 재판했습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지 72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지금도 독일의 지방법원에서는 집단수용소의 학살을 방조한 나치 친위대원에게 징역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대량학살, 전쟁범죄 그리고 반인도범죄와 같은 인류의 중대 잔혹범죄에 있어서는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입니다.
2014년에 발표된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을 '반인도범죄'의 책임이 있는 주체로 지목했다는 말씀을 드린 적 있는데요, 히틀러가 자행한 두가지 범죄와 함께, 반인도범죄는 공권력을 가진 당국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인류사의 중대 잔혹범죄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범죄의 책임이 있는 자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다루어 지도록 국제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독일이 전쟁범죄를 처벌하는 역사와 우리가 앞으로 반인도범죄를 규명할 역사와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난 6월 말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제일주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21세기의 나치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악의 제국 미국'이라고 온갖 저급한 말들을 다 사용해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이것을 보면 북한 당국도 나치주의와 나치정당의 만행을 인지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히틀러의 나치정권과 나치주의는 김일성, 김정일의 대를 이은 김 씨 일가 중심의 북한정권과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알고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