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순경, 남한의 국가정보원이 북한 인민무력부장이었던 현영철의 처형 가능성에 대해 보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4일 국정원은 현영철의 공개 처형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영철은 반당 반혁명 분자로 지목되어 평양의 강건 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처형되었고 이 자리에는 간부 수백 명이 참석했다고 국정원이 밝혔습니다. 또, 현영철과 관련된 군 간부들도 ‘당의 유일영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총살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앞서 7월 11일에 열린 군사대표단 회담 소식을 전달하던 조선중앙통신은 박영식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 부국장을 인민무력부장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로써, 현영철의 처형 사실을 북한 측이 확인한 셈이 되었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3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인민무력부장이 무려 다섯 번이나 교체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 처형된 고위간부만 해도 1월에 임업상 부상, 2월에는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조영남이 처형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이 “순안공항을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나게 건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강도 지역 농장원으로 온 가족과 함께 추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총참모부 작전국장 변인선은 김정은의 대외 군사협력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가 질책을 받고 숙청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 외 최고사령부 1여단장인 노경준, 당재정경리부장 한광상 등도 신상에 변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영철이 4월 27-28일 어간에 공개석상에 나타났고 그 후 4월 30일경에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보아 그의 처형은 재판절차도 없이 며칠 만에 전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이 같은 처형은 전적으로 국제인권 규정에 명시해둔 ‘생명권’의 위반입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국제사회가 규정해 놓은 생명권에 대한 정의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6조에도 생명권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고유의 생명권을 가지며, 이 권리는 법에 의해 보장되어야 하고, 누구도 강제적으로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국제 인권관련 선언과 규정에는 누구든 차별 없이 생명권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생명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의 고위간부든 일반 주민이건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인권규정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1981년에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런 규약의 내용들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적법한 절차도 재판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처형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통일연구원이 발행한 ‘2015 북한인권백서’에는 2000년부터 14년간 공개처형 당한 북한주민의 수를 1,382명으로 추산했습니다. 그 중 김정은이 집권한 이래 3년간 처형된 고위간부들 70명에서 9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이 이처럼 공포정치에 기대고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김정일이 김일성을 후계할 당시에는 아버지 김일성 세대에서부터 내려오는 혁명 1, 2세대의 가족친지 같은 분위기 속에서 후계자를 지원해주는 무조건적인 혁명적 지지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는 그렇게 생사를 함께 할 만한 지지세력이 없습니다.
또 김정은에게는 나이 어리고 통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까지 있습니다. 이런 약점은 처형과 숙청을 통한 공포통치로써 국민과 고위간부들을 제압하려는 심리적 강박증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간부들 사이에서는 책임 있는 고위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김정은에게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남한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반인도 범죄의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인지를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자비한 처형을 일삼는 행위는 김정은이 스스로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고위간부들은 책임 있는 자리를 회피하고 있으며 일반주민들의 김정은과 당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런 식의 공포 분위기 속에서 국가의 정상적인 발전을 꾀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김정은이 공포와 폭압, 독재와 압제 정책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