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장마당 통해 변화발전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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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에는 경제사회이사회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유엔의 핵심적 기구 중 하나인 경제사회이사회는 국제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일, 고용을 확대하는 일, 경제적 사회적 진보를 이루어 내는 일, 문화와 교육분야의 국제협력을 활성화하는 일, 인권과 기초적 자유를 신장하는 일들을 수행합니다.

지난 24일 남한의 유엔 대표부 오준 대사가 경제사회이사회의 의장으로 공식 취임했고, 내년까지 1년 동안 이런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게 됩니다. 오 대사는 취임식에서 경제사회이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감동적인 이야기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오 대사가 소개한 ‘두 도시의 이야기’를 잠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한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먹을 음식을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끼니걱정을 하면서도 큰 부담이 되지만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다른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매일 아침 집을 살 것인지, 주식시장에 투자할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최고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로 유학을 보낼지 고민을 합니다.”

오 대사는 자신의 이야기에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두 도시를 이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 대사 자신이 직접 이 두 개의 도시에서 인생을 각각 반반씩 보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첫 번째 유형의 도시가 두 번째 도시로 변화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바로 남한이 과거 전후 가난에 허덕이다가 이제는 더욱 수준 높은 교육과 문화, 경제 그리고 높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는데 관심을 돌리는 사회로 발전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 대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세계에는 이런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국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경험한 변화는 다른 모든 국가들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유엔의 경제사회이사회가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지난 세월 동안 남한이 이룩한 경제적 사회적 성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떻습니까? 북한의 지도자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변화 발전할 의지를 갖고 있을까요? 북한에서 경제적 사회적 변화발전의 동력이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장마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마당에 관한 소란스런 이야기들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순 당중앙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은 “북한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수입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후 7월 들어, 장마당 보안원들과 관리원들이 공업품 매대의 판매품들을 조사해갔다고 합니다.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물품의 거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고 또 남한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외국(수입)물품에 대한 단속은 장마당 장사 자체를 통제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또 6월 말에는 무산군 시장에서 장사꾼들과 보안원들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시장을 담당하는 보안원이 공산품을 압수하자, 장사꾼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서로 옥신각신하던 끝에 큰 싸움으로 번졌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당국은 장마당에서 장사할 수 있는 남성의 나이를 60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장마당에 대한 제재 조치와 함께 일반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감청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적대계층이나 탈북자가족들을 대상으로 감시를 해왔는데, 지금은 돈주들이나 기관기업소 단위책임자들, 외화벌이 종사자들을 감시와 감청의 대상자로 확대했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북한당국이 장마당 중심의 경제활동에 제재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국 의회조사국은 북한의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주민의 생활수준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4년째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1퍼센트 대로, 적은 수치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미미하지만 이런 경제적 향상은 그나마 김정은 정권 들어서부터 주민들이 장마당 활동을 비교적 활발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통제와 감시체계는 이마저도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정책이야 말로 오준 대사가 소개한 두 종류의 사회 중에서 하루하루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첫 번째 유형의 사회로 주저앉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장마당을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통해서만 북한사회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장마당 통제를 거두어 들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