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통제로는 자유 향한 갈망 못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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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 이후 줄어들었던 북한주민의 탈북이 최근 들어 크게 늘었습니다. 남한의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남한 입국 탈북주민의 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증가한 81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한에 입국한 북한주민의 수는 2006년 이후 해마다 2,000명을 넘겼지만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2012년에는 전년도보다 무려 45.5%나 줄어든 1,502명에 불과했습니다. 작년에는 1,276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탈북을 막기 위한 김정은 정권의 강력한 통제조치 때문입니다. 북한당국은 뇌물을 받고 탈북을 방조해왔던 국경경비대에 대한 검열과 처벌을 강도 높게 실시했습니다. 이는 주민들의 탈북비용을 크게 증가시켰고 동시에 탈북시도는 대폭 줄었습니다.

두 번째로 시장에 대한 통제가 완화되고 북중무역이 늘어나면서 북한의 경제상황이 개선된 것입니다. 북한 땅에서 살아 갈 충분한 기회만 보장된다면 누가 고향을 떠나겠습니까? 고난의 행군 이후 수많은 북한 주민이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한 것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북한당국의 시장 통제가 극심하던 2006년 이후 탈북이 크게 증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중국과의 무역이 크게 늘어나고 당국의 시장통제가 줄어들면서 북한 경제는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도 많이 들고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탈북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부터 주민들의 탈북이 다시 늘어나게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올해 탈북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비교적 살만한 주민들입니다. 주로는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에 나갔던 근로자나 일꾼들입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식당에 근무하던 13명의 종업원이 집단으로 탈북했고, 6월에는 중국 산시성의 북한식당 종업원 3명, 랴오닝성 둥강의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근로자 8명이 탈북해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또 몰타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에서도 북한 근로자들의 이탈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홍콩의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북한 대표단으로 출전한 학생과 외화벌이를 담당하던 인민무력부 소속 소장이 탈북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해외파견 근로자들이 탈북을 하는 것은 당국에 바쳐야 하는 상납금에 대한 막중한 부담도 원인이겠지만,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이 더 본질적인 원인으로 보입니다. 물론 북한 당국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외부정보에 접하지 못하도록 집단생활을 시키고 보위부 요원을 파견해 이중 삼중으로 감시와 통제를 가합니다. 하지만 그 나라의 실정을 보고 듣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간부들은 당국 몰래 현지 손전화를 구입해 인터넷으로 외부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에 파견된 근로자가 현지에서 남한의 대북라디오 방송을 인터넷으로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한번 탈북을 한 주민이 강도 높은 처벌을 두려워하면서도 두 번, 세 번 계속 탈북을 시도하는 이유도 중국에서 자유로운 삶을 한번 경험해봤기 때문입니다. 외화벌이를 나온 근로자들은 외국에서 경험한 삶과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의 삶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겠지요. 그러면서 탈북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심지어 최근 남한에 들어온 한 탈북자는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해 주려고 한국에 오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2000년대 초반처럼 살아남기 위해서 탈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 때문에 탈북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더 나은 삶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높아진 의식수준은 앞으로도 더 많은 주민들을 북한사회를 이탈하여 남한이나 다른 선진국으로 오게 할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탈북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통제와 감시, 공포와 독재의 방법이 아니라, 북한 내에서도 더 높은 수준의 삶을 영위하며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정책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