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중해 연안에 있는 나라 코소보에서 있은 역사적인 결정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8월 3일 코소보 의회는 '전쟁범죄'의 책임자를 단죄할 특별재판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1998년에서 1999년 사이에 일어났던 코소보 내전 중 전쟁 범죄를 저지른 자국의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코소보는 유럽 지중해의 발칸반도 중앙에 위치한 국가로 과거 냉전시기까지는 유고슬라비아 연방 중 하나인 세르비아에 속해 있었습니다. 1980년대 말 동유럽 공산권이 해체되면서 코소보도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시도했습니다. 90년대 중반에는 본격적으로 코소보 해방군을 결성해 세르비아와 유고슬라비아에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1998년부터 코소보 내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 군대가 개입하여 세르비아의 지도자인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를 몰아낸 뒤 내전은 끝났습니다. 이후 코소보의 다수 주민인 알바니아 민족을 희생시킨 세르비아의 전쟁범죄자들은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를 통해 처벌받았고 현재는 일부 항소심 판결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치된 코소보의 특별재판소는 내전 중 발생한 또 다른 전쟁 범죄에 대한 단죄를 판결하게 됩니다.
코소보 주민인 알바니아 민족이 내전의 가장 큰 희생자이자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코소보 해방군 지도자들이 이 지역의 소수 민족인 세르비아 민족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도 심각했습니다. 세르비아 민족을 대상으로 살해와 납치, 강제구금, 성폭력, 비인간적 대우, 강제이주 등이 자행되었고 또 심지어는 이들의 장기를 적출하여 밀매하는 범죄까지 있었는데 특별 재판소는 이런 범죄를 처벌하게 됩니다.
코소보 의회는 특별 재판소 설치를 위해 헌법까지 개정했는데요. 이런 쉽지 않은 결정의 배경에는 유럽 선진국들의 압력도 있었지만 러시아의 목소리가 컸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코소보가 전쟁범죄 재판소 설치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별도의 전범 재판소를 세우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코소보의 이샤 무스타파 총리는 의회 표결에 앞서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헌이 쉽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과제로써 코소보에 손실이 아니며 오히려 유럽과의 통합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페트리트 셀리미 외교부 차관은 ‘특별재판소 설치가 자유를 위해 싸웠던 코소보 내전의 진실을 찾는데 꼭 필요한 도구’라고 강조했습니다.
코소보 사람들 입장에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스스로 범죄의 책임자를 정확하게 규명하고 과거 역사를 심판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 바로 국제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진보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높이 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성과 진실규명의 정신이 바로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북한 당국에게 가장 힘주어 권고하던 내용입니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결과와 권고안' 첫 번째 항목에서 북한 당국의 범죄사실을 명시했습니다. 북한에서 '반 인도범죄'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는 북한당국의 기관과 당국자들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해결방안으로 그 같은 범죄의 책임자들을 찾아 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 형사 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코소보와는 달리 북한 당국은 매번 유엔의 권고안 실행 조치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유엔 서울인권사무소의 개소를 앞두고 북한의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유럽과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남조선의 북인권사무소 설치놀음은 우리 인민의 존엄을 모독하고 우롱하는 극악한 특대형 정치도발’이며 ‘집행자들은 물론 가담자, 조종자들까지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또 며칠 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도 북한 당국은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제2차 한국 전쟁의 발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국제사회를 협박했습니다.
이제 곧 국제사회는 또 한 번 북한의 반 인도범죄를 크게 다루게 됩니다. 9월의 유엔인권이사회, 10월 이후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북한의 반 인도범죄가 중요한 안건으로 토론될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언제까지 국제사회의 이러한 우려를 협박과 비난성명으로 대처할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북한당국은 코소보 정부가 대의 실현을 위해 뼈아픈 결정을 내린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