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세계를 보는 창, 대북라디오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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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지난 주 ‘대북정보유입보고서'를 자국의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말 경 국무부는 북한인권개선 전략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전략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전략 등을 제안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7월에는 북한인권침해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올해 2월에 발효된 대북제재법 (HR757)에 기초한 것입니다.

‘대북정보유입보고서’에는 정보유입을 위한 방안으로 전자통신수단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구체적인 전략들이 들어있다고 남한의 외교부는 설명했습니다.

정보유통의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로 세계인권선언에도 명백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인권선언 19조는 “모든 인간은 사상과 표현의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국경에 상관없이 어떤 언론매체를 통해서건 정보와 생각을 검색하고 받아들이며 전파할 권리이자 사상을 가지는데 있어서는 누구의 방해도 있어서는 안 되는 자유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회원국이라면 세계인권선언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2014년 2월에 발행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도 북한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침해와 주민들의 정보접근 권리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가장 독특한 특성 중 하나가 바로 국가가 모든 정보를 완전히 독점해서 주민들의 사회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당국은 ‘독립적 민간신문 등 언론매체의 설립을 허용’ 할 것과 북한 주민들이 인터넷, 국제 통신수단, 그리고 다른 나라의 방송과 출판물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정보접근 권리를 위한 남한 시민사회의 대북단파 라디오 방송은 2005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법에 기초해 미국의소리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도 같은 기간 북한주민들을 위해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거 십 년 이상의 대북 라디오방송 덕분인지 최근들어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하는 소식에도 주민들의 인권의식이 향상됐다는 신호가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수시로 진행하는 숙박검열에 주민들은 ‘수색영장을 보여달라'고 보안원들에게 불만을 표한다는 겁니다. 북한 내부소식통은 ‘주민들이 라디오를 들으며 인권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듣고 탈북해 남한으로 들어온 청취자들이 직접 서울에 있는 방송국을 찾아와 감사인사를 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습니다. 지난해 민간대북방송을 들었던 분이 직접 방송국을 찾아왔습니다. 이 분은 “북한은 고립돼 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니까 대북방송을 많이 들었다. 정치와 한국사회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심지어 북한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외부 라디오 방송에서 하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점차적으로 중독된 것처럼 외부정보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당국이 자본주의에 물든다는 이유로 외국 드라마와 라디오를 단속을 하지만 외부정보를 습득하려는 주민들의 열망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라디오를 들었다는 말은 못 하지만 친구들끼리 하는 대화 속에서 조선중앙방송이나 로동신문 등을 통해 알려주지 않은 사실들까지 아는 것을 보면 다들 방송을 듣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당국이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간부 처형 소식을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대북라디오 방송은 어부들에게는 정확한 날씨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합니다. 남한 날씨정보를 듣지 않으면 물귀신이 되기 십상이라며 외화벌이 어선을 타는 사람들에게 대북 라디오 방송은 필수라고 합니다.

독일통일을 위해서도 무차별적으로 동독으로 보내던 방송이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과거 서독의 방송을 들었던 동독 사람들은 방송을 듣고 보다 높은 차원의 사고를 할 수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독재국가 내에서 억압받고 있지만 ‘당신들은 여전히 외부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라디오의 역할이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또 통일전 동독에서 외부 라디오를 들었던 전 드레스덴 시장은 “만약 서독방송이 없었다면 서독 사람들이 우리를 잊은 채 자신들만 자유로운 삶을 즐겼다고 원망했을 것이다. 내게 서독방송은 세상을 열어주는 창이자 정신적인 다리가 돼 줬다”고 말했습니다. 청취자분들의 생각도 같을 것입니다.

이번 미국 국무부의 조치도 바로 라디오의 역할을 더욱 활성화시키려는 것입니다. 최선의 방법은 북한당국이 독립적인 민간언론의 활동을 허용하는 것이겠지만 당분간은 대북 라디오방송이 외부세계를 향한 청취자 여러분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