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북한 인권행사에 참석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남한의 시민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은 15일부터 20일까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인도네시아 인권단체인 엘삼과 함께 '북한인권주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동남 아시아 지역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는 토론회와 미술작품 전시회, 영화상영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습니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비롯한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북한인권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접근방법'이라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 행사에 인도네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관계자 10여 명이 사전 예고도 없이 참석했습니다. 유엔의 공식 무대가 아닌 민간 행사에 북한 외교관들이 대거 참석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유엔에서까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책임자 처벌문제가 공론화되자 인권문제에 적극 대응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유야 어쨌든 북한 외교관들이 자신들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행사에 적극 참석한 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갖는 우려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는 개선방안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북한 외교관들은 오히려 인권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후진성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차량 세 대에 나눠 타고 행사장에 도착한 북한 외교관들은 토론회가 열린 인도네시아대학 관계자들에게 '왜 여기서 이런 행사를 여느냐'며 거칠게 항의를 했습니다. 토론회에서 주최 측이 북한 인권관련 영상물을 틀려고 하자 상영을 중단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하면서 자신들이 행사장에 온 목적이 국제사회의 의견을 들르려는 게 아니라 이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었음을 보여줬습니다.
또 토론회 도중 발언권을 얻은 김성학 북한 대사관 정치 참사는 '무상 치료와 무료 교육으로 모두가 고르게 잘 사는 공화국에 인권 문제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대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장은 모두 날조된 반공화국 모략책동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것이 얼마나 현실과 맞지 않는 궤변인지는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들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김학남 북한 대사관 참사도 발언권을 얻어 일제 식민지 시절을 거론하며 인권보다 국권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나라가 없으면 인민이 노예와 같은 삶을 살기 때문에 자신들에겐 국권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주장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촉구에 대해 북한 당국이 늘 해오던 말로 핵무기가 자신들의 인권을 보장해 준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궤변은 인류가 합의한 인권의 보편성에 심각하게 위배됩니다.
1948년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인류의 모든 구성원이 인종이나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어떤 나라나 어떤 지역에 살던지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권이 있건 없건 누구나 같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국권을 핑계로 개개인 사람의 권리 즉 인권을 억압해선 안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일차적 주체는 국가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법률과 국가기관을 통해 자국민과 자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건 없습니다. 개별 국가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한다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인권옹호 활동을 하고 있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 역시 다양한 형태로 개별 국가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 문제는 개별 국가만의 몫이 아니라 지구촌 공동체, 인류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입니다.
지금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수리아(시리아) 난민 사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수십만에 달하는 수리아 주민이 독재정권의 학살과 내전을 피해 유럽을 향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서방국가들은 수많은 논란 끝에 이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수리아에 있는 주민을 위해서 전 세계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최소한의 생존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생존을 위해 탈북한 주민들을 전 세계가 따뜻하게 받아준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주체가 바로 국가권력 자체입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더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 주 스위스 제네바에선 유엔 인권이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본회의의 공식 행사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는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의 제네바 주재 대사와 외교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합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여기서는 제발 인권보다 국권이 우선이라는 궤변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권에 대한 자신들의 무식함과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만 더 극명하게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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