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있었습니다.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북한 인권에 대한 토론회는 열렸지만 9월에 열린 30차 인권 이사회 회기에 열린 토론회는 특별했습니다.
우선 토론회의 주제가 유엔에선 처음으로 다뤄지는 납치와 강제 실종 문제였습니다. 3시간의 긴 토론이었지만 인권이사회 회원 국가의 대사들과 외교관들 그리고 언론인들과 국제 시민단체 활동가들 수백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영광스럽게 저도 발표자로 선정돼 이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섰습니다. 또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인 마르주끼 다루스만, 일본의 납치피해자가족협회의 사무국장이자 어머니가 납북된 코이치로 이주까 씨,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문가인 데이빗 호크 씨가 토론자로 참여했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마이클 커비 전 위원장이 사회자로 토론을 이끌었습니다.
저는 북한의 ‘언론, 표현 및 사상의 자유 침해’ 상황과 이에 대한 처벌 내용을 국제사회에 전달했습니다. 최근 들어 손전화를 사용해서 외국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를 하거나 남한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공개 또는 비공개 처형을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벼운 불법 행동이 체제 전복 행위로 취급되는 북한의 형법을 비판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백 건의 강제구금이나 실종사건에 대한 유엔 기구들의 질의에 대해 북한 당국이 동일하게 ‘반공화국 모략’이라고만 치부하는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데이빗 호크 연구원도 북한이 인터넷도 없고 독립적인 언론도 없으며 시민사회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유일한 국가라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인권 이사회 회원 국가들도 한 목소리로 북한의 참혹하고 비정상적인 인권유린에 대해 질타했습니다.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호주, 오지리 등 수십 개의 국가 대표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참가자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 반 인도범죄의 책임자를 찾아내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인권문제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설 안건으로 상정되었기 때문에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핵문제뿐만아니라 북한인권문제가 논의돼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강력히 개진됐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크나 큰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당국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북한은 이런 국제사회의 노력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공화국 정치적 모략이라는 공허한 주장만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적대적 시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저는 또 이번 토론회에 맞춰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을 듣는 부대행사도 조직했습니다. 토론회 직후 열린 행사에서는 전쟁 이후 납북된 517명의 피랍자들의 귀환을 위해 활동하는 최성용 납북자가족연합회 이사장과 1969년에 북한간첩에 의해 피랍된 대한항공에 타고 있었던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씨가 참가했습니다.
또 2008년에 탈북 시도 중에 실종된 김경재 씨의 부친인 김동남 씨 그리고 60년대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간 재일 한국인 에이코 가와사끼 씨, 태국에서 납치된 아노차 판조이 씨의 조카, 일본 납치자 메구미 씨의 동생, 루마니아 납북자를 대표한 토모하루 에비하라 씨 등 7명이 납치 피해자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납치 피해자가 유엔주최 행사에 모인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일하는 각국 대사들과 외교관들은 두 행사에서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한 적나라한 설명과 증언에 상당히 충격을 받고 해결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본 대표부의 인권 담당관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정책 자문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해답은 북한 당국의 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는 점점 더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다양한 통로를 활용해 북한당국과 대화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의 ‘정치적 모략’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아무런 효과도, 의미도 없습니다.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만이 심각한 인권탄압국으로 지목받고 있는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