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범죄를 조사, 기록, 보존하는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지난 28일 문을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설치된 북한인권기록센터는 탈북 주민 등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에서 자행된 인권범죄를 기록하고 조사해 3개월마다 법무부에 설치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센터로 넘기게 됩니다. 서두현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은 "북한인권법이 북한인권 실태의 수집, 기록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함에 따라 기록센터가 설립됐다"며 "공신력 있는 인권기록을 체계적으로 생산함으로써 앞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출범은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노력이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북한인권범죄와 관련된 민간차원의 조사와 기록보존은 진행돼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이뤄지다보니 법적인 증거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통일부 인권기록센터에서 조사하고 법무부 인권기록보존소에 보존되는 자료들은 한국 정부의 공식 문건이기 때문에 이후 법적인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인권범죄 기록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통일 전 벌어진 많은 인권기록들을 축적해 통일 후 정의가 설 수 있는 사법절차의 근거로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출범은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이미 북한인권문제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사항이 되었습니다. 유엔은 2003년 당시 인권이사회의 첫 결의안을 시작으로 인권보고관 임명과 북한인권조사위원회 활동, 북한인권을 전담하는 유엔 서울사무소 개소 등 점점 더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는 북한에서 자행된 반인도범죄의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반인도범죄 책임자의 제소를 위한 법적 연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더 강화될 것입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한 개별국가 차원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는 또 다른 책임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또 남과 북은 머지않아 통일을 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통일이 되면 그 동안 북한에서 있었던 인권범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기록되고 보존되는 자료는 이를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인권기록센터의 활동 시작은 북한 관리들에게 큰 압박이 될 것입니다. 보위부나 보안부와 같은 사법기관과 당과 군 등의 많은 북한 관리들이 인권범죄, 특히 반인도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게 중에는 자신의 행동이 심각한 인권범죄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시를 이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북한에서 사상과 표현, 종교의 자유 침해,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 자의적 체포와 구금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반인도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언과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이는 향후에 있을 반인도범죄 처벌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관리들은 이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인권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하면 어디에선가 그것이 낱낱이 기록되고 자료로 남아 보관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