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함경북도 지역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고 그 피해 복구사업이 장기화 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조선중앙 텔레비전에서 주민들의 노력동원을 부추기고 복구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선전물들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사진과 영상 자료들은 대부분 홍수 피해현장에서 주택을 복구하거나 흙더미를 치우고 훼손된 다리를 복구하는 인민군, 돌격대, 일반주민들의 모습입니다. 중장비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동원된 수많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맨 손이거나 삽 자루 하나 정도만 들고 일합니다. 다리 복구사업을 위해 큰 돌덩이를 옮기고 있는데도 장갑 하나 없이 맨 손입니다. 북한당국이 선전선동용으로 보여주는 영상을 보자면 수해를 입은 피해 현장도 처참하지만 맨손으로 복구사업에 나서고 있는 인력들의 노동강도나 환경은 더욱 비참해 보입니다.
지난 5일 제가 일하는 남한의 북한인권 단체는 북한 내에서 벌어지는 강제노동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를 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만났던 돌격대 출신의 한 탈북자 박 씨는 돌격대에 근무하면서 장갑이나 보호장비 같은 것은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박 씨는 돌격대원들에게 작업복이나 신발도 상부단위에서 마련해주지 않아서 훔치거나 각자가 알아서 마련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심지어 기차 빵통에서 하루 종일 시멘트를 내리는 작업을 하는데도 마스크 하나 없이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맨손으로 수해 복구사업에 동원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영상이 떠오릅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노동과 환경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10년을 강도 높은 노동에만 몰두하는 생활을 해야 하고, 항상 배가 고플 정도로 적은 양이지만 식사를 제공해주고, 공동생활을 하지만, 잠 잘 곳을 제공해주는 것 때문에 돌격대에 무리 배치되었을 때 거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분이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온 이후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남한생활을 하면서 돌격대에서 일했던 그 상태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잘못된 상황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하루 10시간이 넘게 심한 육체노동에 시달리면서 국가 건설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인건비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비정상이라는 사실에 이제서야 눈을 뜨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최근 저희 단체가 발행한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돌격대가 ‘현대식 노예제도’에 해당될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노예제도’라는 것은 국제형사재판소의 헌법이랄 수 있는 ‘로마규정’에 나와 있는 반인도범죄를 구성하는 범죄입니다. ‘개인을 소유한 소유주가 소유권을 행사하게 되는 현상이나 상황’을 노예제도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또 ‘노예제철폐에 관한 보충협약’이라는 국제협약에는 ‘유사 노예제도’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채무노예’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빚을 진 사람이 빚을 갚기 위해서 그 채무가 소멸할 때까지 노동할 것을 약속한 상태를 뜻하고요. 그렇다 하더라고 그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되지 않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국제협약이나 국제법을 봤을 때, 북한의 건설전문 특수 기관인 돌격대는 현대식 노예제도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당국과 돌격대원 사이에는 소유주와 소유물과 같은 관계이고요. 당국은 돌격대원들이 이 기구를 떠날 기회를 차단하고 일정기간 동안 강제로 중노동을 시키면서 묶어두고 있는 모습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양자간의 관계에는 어떠한 채무관계도 없지만 당국은 ‘충성심’을 빚진 것처럼 대원들에게 충성경쟁을 부추기며 인건비를 거의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원들의 생명은 당국의 소유물만도 못해서 건설도중 사망하더라도 보상금 하나 나오지 않습니다. 돌격대 출신자들은 손가락 하나 잘려나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태연하게 이야기 할 정도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없다고 합니다.
2013년 북한의 인권상황을 조사했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도 북한 땅에서 ‘노예제도’를 발견했다고 보고서에 썼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치범관리소이며 또 일부 탄광에 위치한 교화소가 노예제도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외에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노예제도가 있고 그것은 바로 ‘돌격대’라고 분석했습니다.
21세기 현 지구 상에 한 나라의 정부가 주민들에게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이러한 기이하고 엽기적인 형태의 체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보고서가 나온 이상 국제사회는 돌격대를 중심으로 한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를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