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 인권 연례보고서 유엔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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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연례보고서가 제70차 유엔총회에 제출됐습니다.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매년 북한의 인권상황을 조사해 그 해 변화된 점이나 주목할 만한 인권유린의 내용,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권고안을 포함해 보고서를 씁니다. 이 보고서는 유엔총회에 제출돼 각국의 사회, 문화, 인도주의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의 제 3위원회에서 발표됩니다.

또 이 연례보고서를 토대로 북한인권 결의안이 작성되며 제 3위원회와 총회에서 각각 투표를 통해 결의안을 승인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보고관의 연례보고서는 그 다음 해의 북한 인권 활동을 위한 지침서가 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지난해의 연례보고서를 보자면 특별보고관은 ‘납치와 강제실종’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며 올해 9월 열리는 30차 인권 이사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권고 내용을 따라 저도 북한당국이 자행한 각종 납치와 강제실종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제30차 인권이사회 병행 행사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는 전 세계에서 벌어진 7종류의 납북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시간엔 내년의 북한인권 활동을 구상해보는 차원에서 특별보고관의 2015년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연례보고서 내용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올해 보고서의 특징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북한의 최고 취약계층의 인권에 주목합니다. 두 번째, 인권유린의 명확한 책임자에 대한 규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구금시설의 수감자,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 장애인을 취약계층으로 꼽았습니다.

우선 장애인 인권에 대해선 이들이 의학실험의 대상이 되거나 오지로 추방되거나 가족과 분리시키는 북한당국의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외화벌이 명목으로 해외에서 노동하는 북한 주민들의 노예와 같은 노동수준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주목했습니다.

보고서는 5만 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국가에서 노예노동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하루 20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인건비는 매달 150달러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또 즉결처형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점도 주목되는데요. 즉결처형은 범죄행위에 대한 변론의 기회도 그리고 법적 분석도 없이 혐의자를 짧은 기간에 처형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보고서에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382명이 처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다음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북한당국이 자행한 납치와 강제실종 문제입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이미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당국을 압박할 수 있도록 문제의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대한 유엔기구 내의 실무그룹이 북한을 방문해 이 문제를 조사할 수 있도록 당국이 현장방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강제구금에 대해서는 지난해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한 대응으로 해체된 요덕 15호 관리소의 서림천 구역에 수감되어 있던 사람들의 행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특별보고관이 가장 강조하고 것은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책임자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주장합니다. 덧붙여 북한의 권력구조를 분석해 각 기구들과 고위관리들의 기능과 역할, 명령체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인권침해에 책임 있는 주체를 찾아내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권고안으로 북한당국에게 앞서 언급한 인권침해들을 당장 멈추고 유엔의 서울사무소를 포함한 기구들과 대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설명회를 갖고 국제형사재판소에 책임자를 제소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권고안을 실행할 주체로는 유엔기구도 해당되고 유엔 회원국가들 그리고 시민단체들도 포함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의 내용에 기초해 시민사회가 해야 할 일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당국이 바로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서는 것입니다.

9월 하순에 열렸던 인권이사회의 분위기를 직접 관찰해보니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인식은 생각보다 널리 전파돼 있었습니다. 유엔 총회와 안보리 회의가 있는 12월까지는 지속적으로 이런 인식이 고조되어 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이 과거 십여 년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반공화국 정치적 모략이라는 주장은 이제 그만 거둬들이고 진정한 대화의 창구로 나오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