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독일대중,북 인권에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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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습니다. 스웨덴 과학자 노벨이 다이나마이트 발명으로 얻은 수익으로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을 선정해 업적을 기릴 것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각 분야 별로 그 해 가장 큰 공로를 남긴 사람에게 상품과 상금을 수여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의학상, 평화상, 문학상 등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영예로운 상입니다.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예전과 달리 순수문학을 하는 문학가가 아니라 대중음악인이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바로 미국 대중음악 작가이자 가수인 밥 딜런이라는 75세의 대중음악인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입니다. 밥 딜런은 60년대부터 현재까지 사회 참여정신이 담긴 음악을 만들어 활동하여 대중들에게 큰 감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음악은 그 가사가 문학적이고 철학적이고 시적이어서 대중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노래의 내용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성이나 애정을 담은 것이 아니고 인류의 평화와 자유, 인권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계 시민운동과 인권운동 분야에서 밥 딜런은 시민사회, 반전, 평화, 자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지도자의 우상화를 위해서 노래나 문학작품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는 이렇게 시민들의 정서와 희망과 반항정신을 담은 노래나 문학작품을 만들어 정치권의 부당함과 부정에 대항하고 시민사회를 발전시키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왔습니다.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정서적 지지와 인식의 향상을 위해서 문화적인 도구는 영향력이 큽니다. 저도 북한인권 문제의 국제적 인식 제고를 위해 문화적 도구를 많이 활용하는데요. 제가 일하는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는 북한인권 관련 영화를 가지고 국제적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주 7일부터 일주일간 독일에서 북한인권주관 행사를 가지고 베를린과 하이델베르크, 트리어 세 도시에서 북한인권영화 상영과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처음 사흘은 베를린에서 북한인권 영화제를 가지고 북한의 실상을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했고요, 하에델베르크와 트리어에서는 각각의 대표적인 대학교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먼저 북한의 일반적인 인권실상을 보여주고 강연으로 북한의 실상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상영한 영화들은 폴란드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실태를 담은 기록영화와 생사를 가르는 탈북 과정을 보여주는 몇 개의 극영화였습니다.

올해로 두 번째로 베를린에서 실시하는 영화제였지만 여전히 베를린 대중들에게는 북한인권 상황이 생소했습니다. 저희 영화 상영과 강연회가 거의 밤 9시가 넘어서 끝이 났지만 대중들은 남아서 영화가 보여준 내용이 사실인지 정말 북한에서는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못하고 못 듣는 것이 사실인지를 질문하고 놀라움과 슬픔을 함께 나눴습니다.

이번에 저와 동행한 탈북민은 평양의 만청산연구소에서 연구원이었던 김형수 씨였는데요. 이분이 김일성과 김정일만을 위해 수천 명의 전문 연구원을 고용해 식품영양과 건강 등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운영한다는 설명에 독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독일의 학생들은 3시간 이상의 강연 시간 동안 자세 하나 흐트러짐 없이 김형수 씨의 증언을 경청하고 의문점들을 토론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저희가 방문한 하이델베르크와 트리어 대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정부가 어떻게 70년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는 가장 큰 궁금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김형수 씨는 북한의 정보통제, 언론과 사상표현의 자유 박탈, 체계적인 혁명화 우상화 교육, 숙청과 공개처형, 연좌제를 통한 공포정치 등이 이 기괴한 정권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북한의 인권상황을 국제사회의 대중들이 가시적으로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독재와 인권 침해의 역사가 길어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폴란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유럽연합 국가들이 큰 충격에 휩싸인 것은 유럽 국가에서 그런 처참한 범죄가 자행되어 세계가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더 심각한 강제노동이 북한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는 관심이 적고, 알고는 있으나 오히려 외면하는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이제 북한의 기이하고 참혹한 인권유린을 영화를 통해 알게된 독일 학생들과 일반 주민들이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우리가 만난 독일의 지성인들은 이에 대해 반드시 반응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포탄이 터져야 이것이 중단될까?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사람들이 자유로워 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야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죽음을 거쳐야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 친구여 오직 불어오는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노벨문학상을 탄 밥 딜런의 노래가사가 말하듯이 우리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방치하는 현실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