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언론인 대상 범죄 척결 위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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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은 ‘국제 언론인 대상 범죄 척결을 위한 날’ (International Day to End Impunity for Crimes against Journalists)이었습니다. 전쟁이나 분쟁지역, 전체주의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국가, 또는 민주화가 뒤떨어진 나라들에서 기자 신분으로 언론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엔은 공권력의 탄압과 공격으로부터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해 2013년 11월 총회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켜 매년 11월 2일을 ‘유엔 국제 언론인 대상 범죄 척결을 위한 날’로 선포한 것입니다.

언론인은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감춰진 사실을 캐내어 신문이나 방송에 폭로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언론인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겁니다. 특히 권위주의, 전체주의 국가들의 정부당국은 언론인들을 통제, 위협하고 있으며 또 전쟁 또는 분쟁지역의 언론인들은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2014년 한 해만 하더라도 언론인 대상 살인의 36% 이상이 시리아나 이라크, 예멘, 리비아 같은 분쟁지역 국가들에서 일어났다는 유엔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언론인 보호를 위해 유엔은 2013년 결의안을 통과시켜, 언론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종류의 공격과 폭력들을 규탄하고,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은 기자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즉, 언론인 대상 공격의 책임자를 확실히 밝힐 것, 가해자들을 법정에 앉힐 것, 피해자들에게 알맞은 보상을 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또 언론인들이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을 회원국가들에 요청했습니다.

지난 2일에는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 날을 기념하여 "진실을 알리기 위해 죽음도 무릅쓰는 모든 언론 종사자들의 용기에 감사드린다”며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언론인들의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총장은 전세계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진행될 것이라며, 특히 최근 민주주의로 전환한 미얀마에서도 처음으로 이날을 기념하는 공식 행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제 언론의 자유를 위해 일하는 ‘국경없는 기자회’라는 국제 시민단체는 이날을 기념하여 35명의 독재자와 범죄집단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공개했습니다. 이 얼굴들이 바로 언론 자유 침해자들이라고 밝히며, 이들이 언론활동을 검열 통제하고, 기자들을 살해하며 무작위로 감금·고문한 당사자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35명의 국제적인 언론의 자유침해 범법자들의 얼굴을 공개하며 이들을 수색할 허가증을 가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단체가 만든 수색허가증에는 이 범죄자의 얼굴과 함께 생년월일, 저지른 범죄의 내용, 선호하는 공격의 대상 등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김정은도 35명의 언론의 자유 범법자에 들어있습니다. 김정은 얼굴 위에 ‘약탈자’라는 도장이 찍혀있는 김정은 ‘수색허가증’을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여기는 범죄기술로 ‘편집증적인 전체주의’라고 표시했으며, 특징적인 살해 기록으로는 ‘독립적 언론의 완전한 부재’라고 적시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 국가 점수로 북한은 180개 나라 중 179위를 차지한다며, ‘2016년 세계언론의 자유지수’에 아프리카의 에르트리아라는 나라와 함께 세계 최하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인권 후진국들의 경우에는 독립적인 언론이 권위주의 당국의 눈을 피해 진실을 폭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쿠바나 미얀마도 그렇고 리비아, 시리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언론 범법자’ 김정은의 통제 하에 있는 북한만은 독립적인 언론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2014년에 나온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도 북한의 언론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엄격한 통제 하에 당국이 운영하는 관영언론을 통해 모든 정보가 통제되며 비정치적 정보를 포함해서 모든 외부 소식도 차단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에서 기자로 일했던 탈북자의 증언도 보고서에 있는데요. “텔레비전, 신문 및 라디오를 통틀어 모든 언론의 내용은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운영하는 신문과 방송이 통제하고 있다. 편집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식의 언론환경은 유엔 회원국들이 준수해야 하는 국제규약은 물론이고 북한의 헌법에도 위배됩니다. 북한헌법 제67조는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지요.

‘유엔 국제 언론인 대상 범죄 척결을 위한 날’을 기념하여, 우리는 북한 언론인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이 존재하지도 않는 현실에 대해서 한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