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남한에서 그리고 미국에서도 대통령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였습니다. 남한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지인의 국정농단 사건 그리고 이와 연루된 측근들의 비리 때문이고요. 미국의 경우는 지난 8일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 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남한과 미국 두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 건데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큰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남한에서는 최순실이라는 대통령의 지인이 대통령과의 오랜 친분을 이용해 민간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에 개입하고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을 갈취하는 등 개인의 재산 축적을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한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검찰이 최순실 씨와 대통령의 수석비서 등 비리에 연루된 주변인물들을 구속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태로 인해 남한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대통령은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만 국민들의 분노를 잠 재우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난 10월 말 경부터 주말이면 청와대 앞 광장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집회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10만에서 20만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습니다. 검찰의 조사를 통해 어떤 사실이 드러날지, 남한의 대통령과 국회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그리고 국민들은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전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여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남한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고도의 경제성장과 급속한 정치적 발전으로 인해 대통령과 정치권을 비롯한 사람들의 의식이 아직까지 전근대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일 년 이상 진행된 대통령 선거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8일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도시 사람들이나 지식인들, 진보적 생각을 가진 젊은 사람들은 트럼프에 대해 반감이 심합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여성과 장애인 비하 발언, 타민족을 무시하는 말 등 정치인으로서는 입에 담기 거북한 막말을 거침 없이 내뱉었기 때문에 대통령 자질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산층에 백인 노동자들이나 장년층의 보수성향의 국민들은 트럼프를 좋아합니다. 그 동안 진보적 정부의 세계화 정책이나 소외계층과 유색인종 우대정책 등으로 백인노동자들과 일반 중산층 미국인들이 역으로 소외 받고 차별 받으며 일자리를 잃게 되어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 대중들이 기존의 진보적 정부와 정책에 화가 난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중남미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막아서 안전한 사회와 일자리를 지켜주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일반 노동자들의 분노를 시원하게 삭힐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운 겁니다.
대선결과가 트럼프의 승리로 나타나자, 또 주요 대도시의 젊은이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선거결과가 나온 이후 매일 수백에서 수천 명씩 모인 군중들이 트럼프 반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취자 분들은 잘 이해하기 힘든 두 나라의 사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운영원리에 대해 말씀 드리기 위함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체제에서 그 나라의 지도자가 잘못을 할 때는 국민이 심판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시위와 집회 그리고 선거를 통해서 정권을 총화하고 지도자가 바르게 정치를 하도록 견제하고 관찰하는 일을 국민이 하는 겁니다. 이것이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두 나라는 현재 불안해 보이지만 이렇게 싸우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한 단계 더 성숙되고 발전된 국가로 나아간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선거 결과가 나오자 트럼프와 경쟁했던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감동적인 연설을 합니다. 우리 북한청취자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도 품어둘 가치가 있는 훌륭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는 인권과 존엄성에 있어서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 법치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가치를 소중히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수호해야 합니다.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를 요구합니다. 참여는 선거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 참여는 언제나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