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53년 만에 역사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지난 8일 실시된 선거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의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야당 의원들이 선거를 통해 뽑는 의원 숫자의 80%가량을 차지했습니다. 따라서 미얀마 야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을 넘는 국회의원을 확보함으로써 내년 2-3월경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고 그를 선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얀마는 국회 의석의 25%를 군부에서 지명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미얀마 인민의 열망을 막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세계는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미얀마는 북한과 함께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로 꼽혔습니다. 1962년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움켜 쥔 군부는 미얀마 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오랜 기간 군사 독재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독재와 경제난은 인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왔고 군부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이를 진압했습니다.
군부는 1988년 학생들이 주도한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3천여 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1990년 선거에선 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군부는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오히려 민주화 세력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이후 아웅산 수지 여사는 가택 연금돼 15년간을 집 안에 갇혀 살아야 했습니다. 2007년에 일어난 시위 역시 무력으로 진압됐는데요, 이러한 인권탄압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경제제재까지 당해야 했습니다. 2008년엔 강력한 태풍으로 14만 명이나 희생됐는데도 이를 돕겠다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미얀마가 지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변화와 자유, 민주주의를 바라는 미얀마 인민들의 강력한 열망이 지금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 인민들은 군사독재의 강력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천 명이 학살되는 비극도 있었지만 인민들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다시 일어났습니다. 만일 인민들이 독재의 총칼이 두려워 계속 숨죽여 지냈다면 지금과 같은 변화는 없었을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도 미얀마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미얀마의 군사독재 세력에게 민주화의 구심점인 아웅산 수지 여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수지 여사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면서 군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냈습니다. 아무리 군사독재라 해도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수지 여사를 맘대로 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미얀마의 민주세력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아낌없는 지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미얀마를 탈출해 나온 젊은 활동가들을 선진국에서 받아들여 민주주의 인권 교육을 시키고 제3국에서 미얀마 난민들을 위한 지원과 교육도 체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은 민주인사들은 미얀마 인민을 위한 라디오와 TV 방송을 제작해 송출했고 체계적인 시민교육도 실시했습니다. 미얀마의 민주세력과 국제사회의 이런 협력은 군사독재의 탄압과 위협에도 민주화 운동이 지속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자유와 민주화를 바라는 인민의 강렬한 열망과 국제 사회의 노력으로 인해 미얀마 군부는 결국 지난 2011년 그 동안의 폐쇄적인 정책을 바꾸고 개혁개방에 나서게 됩니다. 그 당시 비록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반쪽짜리 선거로 구성된 의회에서 선출됐지만 테인 세인 대통령과 군부세력은 개혁개방 정책을 선택합니다. 피폐해진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과 함께 추진하던 핵무기 개발도 포기합니다.
또 국내적으로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과 인민들에 대한 통제도 대폭 완화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갑작스런 변화에 의구심을 보내던 국제사회도 군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인정해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됩니다. 이번 선거가 치러질 때만 해도 일각에선 야당이 승리할 경우 군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선거 결과가 야당의 압승으로 나타나자 집권당과 군부 모두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만일 군부가 선거 결과를 거부했다면 미얀마는 폭력적인 방법의 혁명이 일어나 대혼란에 빠졌을 것입니다.
미얀마는 이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민주세력과 군부와의 협력, 소수민족 문제, 경제난 해결, 야당의 실질적인 국정운영 능력 등 미얀마의 앞날에는 숱한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얀마 정치권이 보여준 성숙한 모습을 보면 여러 어려움들을 잘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이러한 미얀마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할 것입니다.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가는 미얀마 인민들에게 축하와 존경의 박수를 보내며 이러한 변화가 북한에서도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