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북한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중국 국가안전부에 구금된 것이 2012년 3월이었으니 거의 4년이 다 되어 간다.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서 전기고문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 어떤 고문이든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이다. 20대 때는 한국의 군사독재 정부에 대한 증오와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열정이 고문을 버티게 했다면 이번에는 북한민주화에 대한 열정과 북한주민이 당하는 고통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의아하시겠지요. 한국사회에서는 ‘강철’이라는 가명으로 80년대 남한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새로 내놓은 책의 첫 부분입니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지난 12월 1일에 ‘다시 강철로 살아’라는 책을 출판하고 80년대부터 전개해 온 남한의 민주화 혁명운동과 90년대부터 진행한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개선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이 책과 김영환 연구위원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80년대 남한의 사회적 모순과 군부독재에 맞서 대항하던 대표적인 남한 민주화 운동권 인사였습니다. 당시 김 연구위원은,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남한사회의 상황이나 문제점들, 민족문제 등을 해석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념과 사상을 연구하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체사상을 노동자 대중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편지형식의 글을 써서 책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이 ‘강철서신’이라는 책이고, 90년대 중반까지 남한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위한 학생 운동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퍼져나갔고 10만부 정도는 복사되어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남한 내의 다양한 저항운동이 김일성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김일성은 간첩을 남한으로 보내 평양으로 김 위원을 초청해 면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김일성을 만난 이후 김 연구위원은 주체사상과 북한의 수령론이란 것이 그럴듯한 이론으로 위장한 거대한 사기극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체사상은 단지 김일성 유일 독재체제를 치장하는 장식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또한 김일성 자신은 북한이라는 국가의 미래구상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인간중심의 인본주의에 기초한 철학인 주체사상에 대한 기본 개념도 몰랐다고 합니다.
이후 연구위원은 90년대 말 북한의 대량아사 기간 동안 북한을 탈출해 나온 탈북자들을 통해 상상하기 힘든 북한의 실상을 접하게 됩니다. 김 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통 받는 민중을 위해 사회주의 운동을 시작했는데, 남한의 민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참혹하게 억압받는 민중이 명백히 북한에 있다. 이들을 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1990년대 말부터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2012년 3월 중국의 정보당국에게 체포되기 직전까지 김 연구위원은 중국의 동북삼성 지역에서 북한민주화를 위한 지하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다시 강철로 살아’라는 책에는 앞서 제가 설명 드린 80년대 남한 사회의 반독재 투쟁과 90년대 이후의 북한의 반독재를 위한 활동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김 연구위원과 동료들은 중국을 방문하거나 탈북한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이들이 세계사회와 북한 독재체제의 악랄함에 대해 눈을 뜨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15년가량 지속된 교육 계몽사업 끝에 2012년 3월에 중국당국에게 체포되어 이 사업은 마감을 하게 됩니다. 첫머리에 읽어드린 내용이 바로 김 연구위원이 중국에서 체포되어 고초를 겪을 때를 회상한 구절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책 마지막에 캐나다에 사는 한 한국교포 노인을 소개합니다. 이 분은 매년 백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해 북한에 빵공장을 지어주고 분유도 지원해주는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김 연구위원이 중국 옌지시에 갈 때마다, 숙박비가 50위안밖에 안 되는 상당히 지저분하고 낡은 민박집에서 마주치곤 했답니다. 이런 분들이 바로 자신을 희생시켜 가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숨은 영웅이며 이렇게 수많은 숨은 영웅들의 노력으로 인해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와 통일이 다가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의 동료 활동가들을 만나 토론하고 고민했던 분들은 물론이고 이 방송을 듣고 계실 북한의 청취자분들이 바로 김 연구위원이 말하는 ‘숨은 영웅’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향후 북한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작은 씨앗으로서 북한사회의 밝은 미래의 꿈을 키우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