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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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일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습니다. 비준한다는 말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제적 협약인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북한 자국법의 내용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 말입니다. 다르게 설명하자면 장애인을 위한 북한 정책의 수준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높이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적 인식을 없애는 노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진행하고 법으로도 규정한다는 말입니다.

남한사회에서는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통틀어 장애인이라 부릅니다. 북한에서는 장애자나 불구자 또는 더 상스러운 말로 낮춰서 부르는데요. 이번 기회에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도 ‘장애인’이라는 존중하는 표현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한에서 쓰고 있는 장애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은 2008년부터 발효된 국제적인 유엔의 권리협약이고요. 그 목적은 장애인의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하는 것입니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이들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고 증진하기 위함입니다. 협약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여 사회와 국가의 구성원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장애가 있는 아동의 역량과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권고합니다.

협약의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협조와 배려가 중요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비장애인들의 의식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도 권고합니다.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존중심을 고취시키고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없앨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과 선전활동을 국가가 진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특히 모든 교육과정에서 장애인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교육을 실시할 것과 언론매체들도 이를 위한 선전홍보활동을 할 것 등을 권장합니다. 또 장애인들이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한 사회에서 존중 받는 사회성원으로서 그 사회 속에 통합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합니다.

이외에도 이 협약에는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이나 교육, 의료시설물 등 공공시설을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는 권고도 있고요. 사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뒷받침할 것,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사회권과 정치권을 보장할 것, 이주와 거주 그리고 국적도 다른 일반 나라의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보장할 것, 의사표현 사상표현의 자유를 보장 할 것, 장애인의 노동권을 인정하여 자유로이 직업을 선택하고 직장에서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보장할 것 등을 꼼꼼히 적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처럼 국제협약에 수표하고 비준까지 한 나라들 즉 당사국들은 협약이 권고하는 조치들을 잘 실행하고 있는지를 협약 발효 뒤 2년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해서 유엔의 사무총장에게 제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소 4년마다 협약을 잘 준수하고 실행하고 있는지 조사해서 현실을 반영한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런 선진적인 내용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북한당국이 비준한 것은 두 손들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탈북민들이 이야기하는 북한사회의 현실은 아직까지 협약에서 권고하는 이상적인 내용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서 걱정입니다.

북한에도 장애인들을 보살피는 시설물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9호 요양소, 농아학교, 경로동직장, 영예군인공장 등이 있지만 실제로 잘 운영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장애인 보호와 재활을 위한 의료지원을 위해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지만 북한에서는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해 이런 시설을 활용합니다. 예컨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호시설물로 알려져 있는 49호 요양소는 시설이 너무 열악하고 처우가 비인간적이어서 영양결핍으로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그나마 영예군인의 경우는 사회통합의 대상이 되어 공장에도 취직하는 등 사회적 복지 혜택을 일부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외의 경우는 오히려 국가적 차별의 대상이라고들 말합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개선되지는 못하겠지만 이제 북한도 장애인권리협약에 당사국이 된 이상 국제적인 수준의 장애인 권리 보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을 실질적으로 해야 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협약 비준을 보도하면서 “이 협약에 기초해 장애인들의 권리와 편의를 더 도모하며 국제적인 협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기회에 북한당국도 국제사회가 기대하고 요청하는 수준만큼 장애인을 포함하여 전 주민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여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