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텔레비전 방송국 KBS가 지난 21일 양강도 혜산시에서 청년돌격대가 맨손으로 철도 확장보수 작업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도했습니다.
혜산에서 삼지연까지 이어지는 백두산관광철도 공사 현장에 산허리의 흙을 퍼내는데 중장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온이 영하 20도로 떨어지는 환경에서 수십 명의 돌격대원들이 곡괭이와 삽으로만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 남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이 없어 돌격대원들은 눈밭에 엉성하게 막사를 짓고 단체 숙식을 하면서 공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화목마저 공급되지 않아 중국으로 불법 월경하여 화목을 구하려다 중국공안에 3명의 돌격대원이 체포되었다는 소식도 추가로 보도된 바가 있습니다.
공사현장이 허술하다 보니 인명사고에 대한 보도도 많이 나왔습니다. 김정은이 내년 8월까지 공사를 완성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변변한 안전장비도 없이 산허리에서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토사가 무너지는 등 대형 안전사고도 많았다고 알려졌습니다. 11월 말에도 수십 명이 매몰돼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8월 장마철에도 산사태로 열 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백두산관광철도’는 1994년 대홍수로 파괴됐고 당시 경제난으로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치되었던 철길이었습니다. 또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나면서 인민들이 철도의 전기선 등 설비들을 팔아 생계를 연명하여 철도는 더 이상 제 구실을 못한 채 버려졌습니다.
하지만 2007년 8월 김정일의 지시로 ‘6.18돌격대’ 3만 명이 동원돼 기존의 협궤에서 광궤 철로로 보수하는 공사가 시작된 적이 있습니다.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2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공사 시작 후 석 달 만에 다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돌격대는 보통 도로나 발전소, 댐 건설 등, 국가적 건설사업에 동원되는 조직을 말하는데요. 속도전 청년돌격대나 4.15돌격대 같이 일반 직장처럼 건설만 전업으로 하는 전문돌격대도 있고 짧은 기간 임시로 동원되는 돌격대도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돌격대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전문돌격대의 경우는 군대나 마찬가지로 아주 기본적인 인건비만 줘도 운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 기관기업소 노동자들의 인건비에 10분의 1도 안 되는 노임을 주고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는 적은 인건비도 생활을 위해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라 당비나 청년동맹 등 조직활동을 위한 명목으로 주기 때문에 그나마 돌격대원에게 차례지는 인건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임시로 동원되는 돌격대의 경우는 일반 공장 기업소에 이름을 올려두고 건설기간 동안에만 동원되므로 이들의 인건비는 해당 기업소에서 그대로 나오게 됩니다. 최근 들어서는 돌격대에 동원되면 그나마 장마당에서 장사할 수 있는 기회마저 뺏기게 되므로 오히려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북한은 당국에 대한 충성심과 혁명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인민들의 노동력을 무료로 착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대판 노예제도나 다름이 없습니다.
국제법에는 노동의 조건이나 환경과 관련한 기준이 잘 명시되어 있습니다. 북한도 가입하고 비준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는 ‘노동권’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이 국제규약에 가입한 당사국 정부는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 공정한 임금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동등한 보수를 제공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도 보장해야 합니다.
현재 북한상황을 보자면 노동조합 결성과 같은 수준 높은 노동자들의 권리까지는 바라지도 못할 지경입니다.
이번 달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에서도 북한당국이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하고 노동 관련 협약에 비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유엔 및 국제사회가 현대판 노예제도와 유사한 북한의 다양한 종류의 강제노동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2015년 한 해에는 북한당국이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보다 몇 배로 더 심각한 문제가 돌격대의 강제노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북한 돌격대의 강제노동 문제는 아직 가시적으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유엔 및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간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