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반기문 총장의 금의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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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모든 곳에서 국가정상의 예우를 받는 세계 최고의 외교관이자 유엔기구의 최고 수장입니다. 유엔사무총장은 1만 6천 명에 달하는 사무국 직원을 임명하는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유엔 산하기관들까지 합치면 거느리는 직원 숫자는 4만 명에 달합니다. 사무총장은 유엔 내 모든 기관들과 협의하여 정책사안들을 권고하고 국제분쟁들을 예방하거나 조정하는 중재업무를 수행하는 권한을 행사합니다. 유엔이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을 방지·제거하기 위해 193개 회원국들이 모여 있는 국제기구이며, 사무총장은 바로 이 최대 국제기구의 최상위 수석행정가인 것입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유엔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사무총장이 2006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십 년간 제8대 사무총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평범한 시민이 되어 1월 12일 조국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유엔사무총장은 유엔헌장 제15장 97조가 정한 바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로 총회가 임명합니다. 안보리는 평화와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들을 다루는 핵심기구로서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되지만 이중 5대 강대국은 임기제가 아닌 영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보리가 사무총장 후보를 추천할 때에는 5대 상임이사국 전원을 포함한 9개 이상의 이사국들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또한, 강대국 출신이 사무총장이 되면 강대국들 간의 상충되는 이해를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대국이 아닌 나라에서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관례이며, 모든 회원국들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대륙별 순환을 관행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에 의거하여 지금까지 유럽에서 세 차례, 아프리카에서 두 차례, 아시아에서 두 차례 그리고 남미에서 한 차례 사무총장을 배출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1944년 충청북도 음성군의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하여 충주고등학교를 거쳐 1970년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전문 외교관이었으며, 외교부 요직들을 두루 거치면서 성장하여 한국의 제33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그가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2004년 이라크에서는 한국인 선교사 김선일씨가 이슬람 과격세력에게 납치되었는데, 그는 이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반 장관은 알자지라 방송에 직접 출연하여 석방을 호소하는 등 김선일 씨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김 씨는 무참히 참수당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평생을 성실과 겸손을 실천해온 사람이었으며, 이러한 성품은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될 때에도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2006년 당시 그는 인도, 태국, 요르단, 라트비아, 아프가니스탄 등의 후보들과 벅찬 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당시 프랑스가 반 장관이 프랑스어에 능통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조짐을 보이자 그는 프랑스어 과외선생을 고용하여 프랑스어 실력을 늘렸고,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향상된 프랑스어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5년 임기의 유엔사무총장에 취임했고, 2011년 연임에 성공하여 2016년 말까지 재임하게 된 것입니다.

재임 동안 그가 남긴 업적은 다양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이끌어냈고, 지속가능개발계획(SDG)을 구체화시켰으며,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오지의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내전과 학살을 중단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에 반 사무총장은 유엔 보건유지군이라는 특별조직을 만들어 신속 대응함으로써 에볼라의 확산을 진정시켰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전염을 우려하여 악수하기를 꺼리자 반 사무총장은 악수 대신 팔꿈치 부딪치기를 제안하여 이 방식이 한 동안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12월 12일 유엔총회 고별사에서 반 사무총장은 "본인이 재임하는 동안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분쟁, 난민 사태 등 난제들이 많았지만, 회원국들의 협조로 많은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회원국들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는, "비록 유엔을 떠나지만 마음은 언제나 유엔에 머물 것"이라면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조국 한국과 한국정부 그리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에 깊이 감사 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안토니오 구테흐스 전 포르투갈 총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나라를 빛낸 글로벌 지도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금의환향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