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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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에서 4월 1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2010년에 시작되어 매 2년마다 열렸던 이 회의는 제4차 회의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관련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인데 그 기원은 2008년 1월 15일자로 월스트리크저널에 실린 한편의 기고문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기고문은 Henry Kissinger 전 국무장관, George P. Shultz 전 국무장관, William J. Perry 전 국방장관, Sam Nun 전 상원 의원 등 4명이 공동 기고한 것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A World Free of Nuclear Weapons)를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비핵에 관심이 많았던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 기고문에 감명받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진하기로 마음먹었고, 미국 대통령이 된 직후인 2009년 4월 5일 프라하를 방문하여 유명한 연설을 하게 됩니다. 이 연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냉전이 끝났음에도 너무 많은 핵무기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고 비확산 장치들을 강화하여 핵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했는데, 이것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합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핵안보정상회를 창설하고 미국-러시아 간 새로운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RART)에 서명했습니다.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는 47개국 정상들과 UN, IAEA, EU 등이 참가하여 '핵테러 예방 및 핵물질 불법 거래 차단'을 주 의제로 열띤 논의를 벌였고 12개항의 정상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이 성명을 통해 핵안보정상회의는 4년 이내에 취약한 상태에 있는 모든 핵물질에 대한 안전 통제, 플루토늄 및 고농축 우라늄 사용의 최소화,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세계핵테러방지구상 (GICNT)의 역할 강화 등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회의에 참가한 47개국 중 31개국은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로서 전 세계 원자력 발전의 96%를 차지했고 20개국은 추가 또는 신규 원전건설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2012년 3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는 세계 인구의 77%와 세계 GDP의 94%를 차지하는 53개국과 UN, IAEA, EU, Interpol 등 4대 국제기구가 참여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사용 최소화, 원자력 민감정보 국제공조,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 등 3대 주제를 설정하고 3개의 워킹그룹을 운용했으며 핵안보 위협에 대한 경각심 제고, 고농축우라늄의 저농축 전환 및 고농축 우라늄 사용 회피 기술 연구, 신규 원자력 시설 도입국에 대한 IAEA 권고사항 지원 등에 합의하는 서울 코뮤니케를 채택하고 폐막되었습니다.

이 회의를 통해 한국은 개정된 핵물질방호협정(CPPNM) 비준, 베트남에 대한 방사성물질 위치추적 시스템 지원, 국제원자력기구 핵안보기금 100만달러 기부, 핵안보훈련센터 설립 등을 약속하고 솔선수범함으로써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2014년 3월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회의 역시 제1,2차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들에 대한 재확인이 이루어졌지만,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팽창주의적 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으로 신냉전 기류가 부상한 가운데 열렸기 때문에 중일 간 그리고 미러 간 신경전이 노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회의의 개막연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으며, 원전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군사용 핵물질의 평화용 전환(Megaton to Megawatts)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2016년 3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4차 회의는 마지막 핵안보정상회의로서 러시아가 불참한 가운데 52개국이 참가했습니다. 회의는 "그동안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핵테러리즘과 방사능물질 테러 위협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고 핵안전을 위해 실질적•미래지향적•지속적인 조치들을 취했으며 각 차원에서 핵안전 기본틀을 강화했다"고 자평하는 정상성명을 채택하고 폐막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가 북한 핵문제를 진화하기 위한 외교무대였다는 점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삼국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등을 연달아 개최하여 북핵 만류를 위한 외교공조를 다짐했고 미국과 중국 역시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완전하고 철저한 이행을 다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4월 4일 외무성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적인 핵 범인인 미국이 조선반도 핵문제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는 교활한 기만술책"이라며 핵안보정상회의를 비난했으며 이에 앞서 북한의 중앙통신도 논평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핵 범죄국가들과 그 추종세력들이 핵위협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는 반공화국 핵소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국가들이 전세계 인구의 3/4이상 그리고 전세계 GDP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소동"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고 핵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핵물질에 대한 국제적 통제를 강화하고 많은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비무기용 저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많은 나라들이 자국 핵시설내 위험한 핵물질을 제거하거나 핵시설과 핵저장소의 안전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아직도 핵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는 아직 요원합니다.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방사성 물질의 관리가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직도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증강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북한은 핵안보정상회의를 폄하하기에 앞서 핵위협이 없는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대다수 세계시민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 과연 누구인지를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