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를 지키는 대한민국 해군과 해양경찰에게 있어 6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꽃게를 잡는 철이 되면서 남북 간에 해상 충돌이 벌어지곤 합니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과 2002년 제2차 연평해전도 모두 6월에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때문에 또 다시 긴장이 고조될 조짐이 보입니다. 통상 중국 어선들은 4월이 되면 서해의 한국해역에 들어와서 멸치와 까나리를 잡아가다가 6월이 되면 수백 척씩 선단을 이루어 북방한계선(NLL) 해역으로 들어와 꽃게, 어패류 등을 싹쓸이합니다. 이곳이 남북간 화약고라는 사실을 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해 5도 주변 북방한계선 해역은 한국정부가 한국 어민들에게 출어를 금지하고 있어 어족자원이 비교적 풍부합니다. 바로 이곳을 중국 어선들이 제집 드나들 듯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일몰이 되면 조업을 할 수가 없지만, 중국 어선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법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6월 초부터 중국 어선들이 들어와서 저인망 조업, 즉 촘촘한 쌍끌이 그물로 바다 밑바닥을 긁는 방식으로 어패류와 치어까지 올리면서 어족자원들의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한국 어민들에게 저인망 방식을 금지하고 있으며, 꽃게잡이 통발의 경우 그물코가 65mm 이상이 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치어들이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촘촘한 그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어족자원 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6월 10일에는 한국군과 해경 그리고 유엔군이 합동으로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중국 어선들을 퇴거시키는 공동작전에 나섰습니다. 이곳은 1953년 6.25 전쟁 정전협정 제1조 5항에 의해 '중립수역'으로 지정된 수역으로 육지의 군사분계선 끝에서 강화도 볼음도까지 67km 구간이며, 폭은 최소 900m에서 최대 10km입니다. 이후 군사정전위는 1953년 10월 3일 제22차 회의에서 이 수역에 대한 항행 규칙을 정했는데 이 규칙에 따라 군용 선박과 군인, 무기 및 탄약을 적재한 선박 등의 출입을 금지했으며, 다만 각 측은 자기 쪽 수역을 순찰하기 위해 최대4척의 선박과 인원 24명까지의 민사행정경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이 24명의 인원과 4척의 고속단정으로 민정경찰을 조직하여 중국 어선 퇴거작전을 벌인 것도 이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단속을 시작하면 중국 어선들은 북한 쪽 해안으로 피신했고, 단속정이 지나가면 다시 조업을 하는 숨바꼭질을 계속했습니다. 6월 14일에는 한국의 민정경찰이 퇴거를 거부하고 위협적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 두 척을 나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패악은 한국 어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어선들은 한국 해경의 단속에 저항하기 위해 어선 외곽에 창살과 철망을 설치하기도 하며 한국 해경이 접근하면 쇠파이프, 공구, 칼 등을 마구 휘두르면서 저항합니다. 한국 해경 대원들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도 빈번해졌습니다.
2008년에는 목포 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가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검문하다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삽에 맞아 사망했고, 2011년에도 소청도 부근에서 이청호 경사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했습니다. 또한, 중국 어선들은 현망, 통발, 자망 등 다양한 어구들을 사용하여 한국 해역의 어족자원들을 싹쓸이 하면서 한국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어구들을 훔쳐가거나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이를 보다 못한 한국 정부는 중국 어선들에게 피해를 보는 한국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의 일부를 국가가 보상해주는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을 작년에 제정했습니다. 지난 6월 5일에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참다 못한 한국 어민들이 직접 배를 몰고 나가서 인근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 두 척을 나포하여 해경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철망으로 만든 인공 어초나 폐선박에 갈고리를 달아서 만든 어초를 중국 어선들이 자주 드나드는 해역에 가라앉히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그렇게 하여 중국 어선들이 던지는 저인망 그물이 찢어지도록 하겠다는 궁여지책인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어획고 및 소비의 1/3을 차지합니다. 경제성장과 함께 13억 중국인의 해산물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 어선들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면서 불법 조업을 하는 것을 무한정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의 서해는 그렇지 않아도 꽃게잡이를 둘러싸고 남북간 해상충돌이 벌어지는 해역입니다. 중국 어선들이 이런 위험성을 뻔히 알면서 이 해역에 무단으로 들어와 남북간 충돌을 부추기는 것은 참으로 몰염치하고 몰상식한 일입니다. 중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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