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또 세계를 뒤흔든 이스탄불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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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또 다시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파리와 브루셀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공격이 뇌리에 생생한데 또 다시 터키의 이스탄불과 방글라데쉬의 수도 다카에서 테러가 발생하여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이번에도 알라는 위대하다는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는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저지른 자살 테러공격으로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Al Qaeda)가 배후로 지목되었지만, 이 단체들이 직접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이 단체들을 지지하는 '외로운 늑대들(lone wolves)'이 자생적으로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단체의 소행인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터키 당국에 따르면 6월 28일 이스탄불의 아타투르크(Ataturk)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벌인 범인 세 명을 포함한 일곱 명의 테러리스트들은 6월 25일 터키에 입국했다고 합니다. 이들 중 세 명은 28일 폭탄조끼와 총을 두꺼운 옷에 감추고 공항에 나타나 범행장소를 물색했는데, 터키 무장병력이 공항 검색대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공항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려는 시도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한 명은 1층 입국장에서 폭탄을 터뜨렸고 다른 한 명은 2층 출국장에서 폭탄을 터뜨렸으며, 나머지 한 명은 공항건물 바깥에서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전 세계로 방영된 텔레비전 화면에는 1층 입국장에서 범인이 총기를 난사하다가 터키 보안요원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 그리고 쓰러진 상태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에 폭탄을 터뜨리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되었으며, 공항건물 바깥에 있던 범인이 가급적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놀란 사람들이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폭탄을 터뜨린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이 테러로 44명이 죽고 230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터키는 2016년 3월 22일 브루셀 국제공항 테러 이후 이스탄불 공항에 무장요원들을 배치했는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이번에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 것입니다.

이어서 7월 1일 밤 방글라데쉬 다카에서는 대사관들이 많고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한 카페에 일곱 명의 테러범들이 총기를 난사하면서 난입하여 외국인 20명을 포함한 35명을 인질로 잡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방글라데쉬 신속대응군(RAB)은 7월 2일 아침 구조작전을 시작하여 치열한 총격전 끝에 테러범 6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방글라데쉬 요원 2명을 포함하여 2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들 테러범들도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면서 인질에게 코란을 암송해보라고 강요하고 암송하지 못하면 사살해버리는 잔인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슬람 과격분자들에 의한 테러가 국제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최근에는 테러의 패턴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국가(IS)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쿠르드 군사조직과 이라크 정부군이 이들로부터 영토 일부를 탈환하고 있어 이슬람국가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라크 정부군이 이슬람국가가 차지하고 있던 팔루자 지역을 되찾은 것이 그 사례입니다. 또한,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테러로 많은 피해를 당한 유럽국들이 테러에 대비하여 군사기지와 주요 정부시설에 무장요원들을 증강 배치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궁지에 몰리고 있는 테러분자들이 소프트 타깃, 즉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만 보안은 허술할 수밖에 없는 장소에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무차별 살해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파리 테러는 공연장과 축구경기장이 타깃이었으며, 이번 방글라데쉬 테러도 비무장 민간인과 관광객이 드나드는 카페를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공항은 비무장 상태의 무고한 민간인들을 대량 살상할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소프트 타킷이며, 지난 3월 브루셀 국제공항 테러나 이번 이스탄불 국제공항 테러는 이 추세를 여실이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테러범들이 계속해서 보안이 취약한 소프트 타깃들을 찾는다면, 향후 아시아에서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들이 그 전조인지도 모릅니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번영은 소중한 것이지만, 테러범들에게 있어서는 증오의 대상입니다. 이 소중한 자유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협력해야 하며, 남북한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