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벼랑끝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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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8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 러, 이란 제재법에 서명하고 8월 5일 유엔안보리가 2006년 이래 아홉 번째의 대북결의인 안보리결의(UNSCR) 2371호를 채택한 직후 북한과 미국 간에 설전(舌戰)이 벌어졌을 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이러다가 양국 간에 군사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을 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미북 간 군사충돌이 남북간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금년 4월에도 일본의 언론들이 미국과 북한 간의 군사충돌 가능성을 보도했을 때에도 그랬습니다. 이런 보도와 세계가 걱정을 하는 만큼 북한은 신이 난 모습이었습니다. 하기야 2천 5백만 명의 인구에 일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도 채 되지 않는 북한이 세계 최강국 미국을 향해 핵공격 위협을 쏟아내는 것이나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정권은 자신들이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엄청난 위상을 가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 평양에서는 축하행사가 열렸고, 북한이 미국과 공격위협을 주고 받는 말전쟁을 벌이면 평양에서는 의례히 젊은 사람들이 군대에 다시 입대하여 미 제국주의자들을 쳐부수겠다면서 입대원서를 쓰는 행사가 열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벌이고 있는 벼랑끝 전술의 목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6천 여기의 핵무기를 가진 세계 최강의 핵강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3축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3축 체제란 누구든 미국을 행해 핵공격을 가하면 지상과 공중 그리고 바다에 분산 배치되어 있는 핵무기들로 가공할 응징을 가하는 체계를 말합니다. 지상에는 사거리가 1,300km인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탄들이 미국 전역에 분산 배치되어 있고, 공중에는 B-52, B-1B, B-2A 스피릿 등 전략폭격기들이 상시로 공중발사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략핵잠수함들은 세계 어느 곳이든 날려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들을 싣고 바다 속을 누비고 있습니다.

그것이 3축 제제입니다. 특히 B-2 전략폭격기는 상대국의 레이더가 포착할 수 없는 스텔스 폭격기로서 원하면 어느 나라로든 몰래 날아가 잿더미로 만들 수 있습니다. B-2 폭격기는 1999년 코소보 전쟁,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제2차 걸프전쟁 등에서 이미 위력을 증명한 바가 있습니다. 이들 전쟁에서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B-2 폭격기들은 전쟁초기에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모든 전략목표들을 파괴하는 무서운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2011년 리비아 공습 때에는 B-2 폭격기들이 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8,300km를 날아가 상대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카다피의 공군기지들을 파괴해버렸습니다. 미국이 가진 전략핵잠수함은 다탄두 핵미사일을 최대한 탑재하는 경우, 도합 240여 개의 핵탄두를 원하는 곳으로 날려보낼 수 있으며, 총 위력은 약 120 메가톤입니다. 120 메가톤이면 2차 대전 동안 모든 교전국들이 사용한 총 화력의 약 40배 입니다. 핵잠수함 한 척의 위력이 그 정도라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탄 몇 기를 가졌다고 해서 미국과 핵전쟁을 벌일 생각을 한다고 보지 않으며, 북한이 실제로 미국의 괌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벼랑끝 전술을 벌이는 궁극적 목적은 미국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 중거리탄도탄(IRBM),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등을 앞세우고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미국과의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계산된 광기(rationality of irrationality)' 게임입니다. 즉 겉으로는 미친 척 오기를 부리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통해 미국을 지치게 만들어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며, 미국의 여론을 흔들어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고 한반도로부터 미국의 군사력과 영향력을 이탈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게임을 하는 나라는 금방이라도 상대방을 요절낼 듯이 협박을 가하다가도 상대가 실제로 군사적 행동을 할 기미를 보이면, 다시 말해 벼랑끝에 도달하면, 도발을 멈추고 눈치보기에 들어갑니다. 지난 8월 북한이 괌을 공격할듯 위협했지만, 결코 괌을 향해 미사일을 날리지 못한 것은 북한이 이런 '미친 척 하기'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여전히 미국을 향한 벼랑끝 게임을 반복하면 지친 미국이 조만간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즉, 앞으로도 북한은 '계산된 광기' 게임을 간헐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럼에도 이런 게임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미국정부는 물론 세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엇을 원하여 이런 게임을 벌이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11월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될 것입니다. 즉, 북한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위험한 벼랑끝 게임을 거듭하는 것에 비례하여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결속은 더욱 강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정권은 이런 게임이 내포하는 위험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말해, 벼랑끝 게임에서 약자는 오기부림을 통해 강자를 몰아붙이지만 상대가 물리적 행동으로 나올 수 있는 직전에 멈춥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대의 심중을 100% 정확하게 읽어낸다는 보장은 없으며, 때문에 인식-오인식(perception-misperception) 사이클이나 계산착오(miscalculation)에 의해 실제로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북한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북한도 잘 알 것입니다. 북한이 벼랑끝 게임을 통해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과 그런 게임이 수반하는 위험성을 인지하여 조속히 핵을 포기하고 공존의 길로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