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 한반도의 동해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해군훈련이 실시되었습니다. '2016 불굴의 의지'로 명명된 이 훈련에는 40여 척의 한국 함정과 7척의 미국 함정 그리고 다양한 항공기들이 참여했는데 미국 측 함정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날드 레이건호, 이지스함, 순양함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한국의 구축함과 214급 잠수함은 함대지 또는 잠대지 미사일인 해성-2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은 사거리 1,000km 순항미사일로서 북한 내부의 목표물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에는 SM-2및 SM-3 대공미사일, B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토마호크는 2,000km 이상의 사거리로 제1,2차 걸프전쟁때 이라크 후세인의 군대를 초전에 박살냈던 가공할 무기입니다. 항모 로날드 레이건호는 배수량 10만 3천톤에 폭 77m, 전장 333m로서 승조원이 5천 명이 넘는 '떠다니는 군사기지'입니다. 핵추진 엔진을 장착한 이 항모는 무제한의 작전반경에 F/A-18 슈퍼호넷, 전자전기, 헬기 등 90여대의 항공기를 싣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당창건기념일인 10월 10일에 맞추어 시작된 이번 훈련은 종전의 훈련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보여주었습니다. 통상 연합 해군훈련은 침투하는 적 함정, 항공기, 잠수함 등을 수색·탐지·격파하는 훈련 또는 해상구조 훈련이지만, 이번에는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항모 탑재기들이 적 내부 깊숙이 위치한 목표들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한 것입니다. 이는 9월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한미 양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대응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의 국방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대량응징보복(KMPR)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는데, 요지는 북한이 핵도발을 하면 정밀타격 무기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들을 타격함은 물론 족집게 타격과 특수부대 운용으로 책임자들을 제거하는 응징작전을 펼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조야에서는 대북 선제공격론이 다시 부상했습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인 직후인 9월 16일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은 미 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접근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어서 9월 22일에는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핵과 미사일로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선제공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선제 군사행동은 미리 논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묘한 파장을 낳았습니다. 북한이 중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하면 불시에 선제타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0월 12일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핵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향상된 능력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그는 바로 죽는다"라고 말했는데, 그대로 해석해보면 위험이 임박할 때 먼저 공격을 하는 자위적 선제공격뿐 아니라, 위험이 임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위험성 그 자체가 심대하면 언제든 예방적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의미가 될 수 있어서 파장을 낳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리차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도 9월 20일 기고문을 통해 "중국과 외교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다음 대책으로 핵보유 북한과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선제타격을 가할 것인가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미국의 선제타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한국 국민은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원만하게 핵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이 지속되고 미국이 어려운 선택을 결심한다면 당연히 일차 대상은 핵무기 저장고, 미사일 발사장, 지하 핵실험장, 영변의 핵연구단지 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은 지금 북한의 코트에 있습니다. 모든 것은 북한이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거듭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핵탄두의 경량화 및 소형화 성공 선언, 수소탄 개발 선언, 괌이나 오키나와 기지를 위협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 미 본토까지 날아오는 대륙간탄도탄(ICBM)의 개발, 동맹국 한국에 대한 불벼락 위협 등 반복되는 북한의 핵공갈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북한의 이런 행동과 폭력적 언어가 미국을 크게 자극한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의 선제타격론에 대해 10월 5일자 노동신문은 "우리의 핵타격 수단들은 임의의 시각에 미국의 정수리에 무서운 불벼락을 들씌울 만반의 전투 동원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고, 같은 날 내각의 기관지인 민주조선도 멀린 의장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우리에게는 침략자 미제에게 무자비한 보복의 철추를 내릴 핵보검이 쥐어져 있으며 자위를 위해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주저 없이 취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10월 15일자 노동신문은 "미국과 괴뢰패당이 사소한 선제타격 징후라도 보이면 미 본토와 태평양의 미군기지들은 물론 남조선을 완전 불바다, 완전 폐허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관영매체들의 이런 험구들은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뿐이며, 북한 스스로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뿐입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대화와 협력으로 나오면 해결될 문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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