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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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10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계 올림픽이든 동계 올림픽이든 올림픽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 축제이어서 준비하는 과정 또한 매우 독특합니다. 그 중 한 가지는 성화 봉송입니다. 즉,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성화가 올림픽 개최국으로 들어와 수천 명의 주자들에 의한 이어달리기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후 올림픽 개최 당일 경기장에 도착하는 그런 행사입니다.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는 제23회 동계올림픽도 예외가 아닙니다. 평창 경기장을 밝힐 올림픽 성화는 지난 10월 24일 그리스에서 채화되어 11월 1일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함으로써 개최국인 한국 내에서의 성화봉송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성화는 7,500명의 주자들에 의해 101일 동안 전국 17개 시·도의 136개 지역을 도는 2,018km 를 달리게 되며, 주자 한 명당 200m씩 총 7,500구간을 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올림픽 성화는 추운 날씨를 뚫고 대한민국 곳곳을 달리고 있습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국내 봉송은 항공편으로 제주도에 도착하여 제주도 내에서의 봉송을 마쳤고, 이어서 부산에 도착하여 울산, 김해, 거제, 통영, 밀양, 창녕 등 경상남도를 거쳐 지금은 순천, 강진, 진도, 신안, 목포 등 전라남도 지방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화는 전라남도의 나주, 화순, 담양, 곡성, 광주, 남원, 임실 등을 들러 전라북도의 전주, 익산, 군산 등을 거쳐 충청도 땅으로 가게 될 것이며, 충청도에서는 부여, 태안, 서산, 당진, 공주, 대전, 세종, 청주, 충주를 거쳐 강원도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강원도에서는 제천, 단양을 들른 후에 경상북도로 들어가서 영주, 봉화, 안동, 구미, 대구, 포항, 경주를 거친 후 다시 북상하여 경기도의 수원, 용인, 성남, 서울을 거치게 되며, 그 후에는 파주, 연천, 철원 등 휴전선 지역을 통과하면서 강원도로 진입할 것입니다. 강원도에서 고성, 속초, 양양, 춘천, 홍천, 영월, 태백, 삼척, 정선, 강릉을 지나 마침내 평창 올림픽 경기장으로 입장하여 온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메인 스타디움의 성화대를 밝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성화가 전국 곳곳을 달린다고 해서 그냥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성화 봉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테마들이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성화는 101일을 의미하는 101명의 주자가 2018년을 의미하는 2018명의 서포터즈와 함께 인천대교를 건넜고, 내년 2월 9일 평창 경기장에 도착하기까지 손에 손을 잡고 봉송하는 한마음 봉송, 강강수월래 봉송, 로봇 봉송, 자전거 릴레이 봉송 등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테마들을 살리면서 봉송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성화 봉송의 주자들일까요? 한 마디로 7,500명의 주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입니다. 첫 주자로 나선 것은 축구선수 박지성, 피겨 스케이트의 여왕 김연아, 마라톤 선수 이봉주, 야구선수 이승엽, 탁구선수 유승민 등 스포츠 스타들이었으며, 방송국 MC, TV 탤런트, 개그맨 등도 주자로 나섭니다. 당연히 유명인들만 주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외국인으로서 결혼을 해서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 장애인, 소외계층, 사회공헌자 등도 주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인종, 국적, 나이, 성별 등은 일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한국올림픽조직위원회, 지방자치단체, 올림픽 준비와 관련한 파트너 회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추천 또는 선발한 사람들이며, 다양한 직업과 계층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스포츠가 국민적 화합을 위한 행사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주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주자는 전 세계인이 보는 가운데 수만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메인스타디움으로 달려 들어오는 영광스러운 역할을 맡게 되는데,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아직 극비에 부치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국민은 통일된 대한민국에서 성화를 든 주자들이 한반도의 북쪽 지역을 두루 달려 백두산과 묘향산 그리고 금강산을 거쳐 올림픽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국민이 가진 또 하나의 궁금증은 북한이 참가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그리고 통일부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북한의 참가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이미 반복적으로 표명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IOC, 즉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해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핵문제로 인하여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이기에 북한이 이 스포츠 제전에 참가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진다는 뜻입니다. 물론,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지난 7월에는 "스포츠로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은 천진난만한 생각"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9월 16일 페루의 리마에서 열린 IOC총회에서는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이므로 자격이 되면 참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한국정부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의 참가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문제이겠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은 스포츠 제전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들을 환영하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입니다. 공은 북한 코트에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