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9년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국제금융기관법,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등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되는데, 북한이 이미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클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하여 탑승객 115명 전원을 희생시키는 대남 테러를 저질렀는데, 이에 미국은 1988년 1월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후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북한은 테러지원국으로 남아있었지만, 2007년에 2.13 합의가 성사되고 이듬해 6월 핵포기의 의미로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자 미국은 2008년 10월부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었습니다. 이번에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에 대한 핵위협, 국제테러 지원, 지난 2월 김정남 암살,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귀국하자마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 등을 예시하면서 "살인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한 최대 압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음날인 21일 미 재무부는 북한 기관과 기업 9곳, 북한 선박 20척, 중국기업인 1명, 중국 기업 4곳 등을 제재하는 추가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제재 대상으로 추가된 북한 기관은 물류 감독 기관인 육해운성, 해사감독국 등이며, 능라도해운, 능라도용악무역, 금별무역, 유성해운 등 6개 기업들과 이들이 보유한 선박 20척도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최근까지 북한의 석탄 수출에 이용된 선박들입니다. 제재 대상이 된 중국인은 '단둥 둥위안실업' 대표로 북한산 무기 운송 등 밀무역에 종사해온 기업인이며, 다른 중국회사 세 곳도 북한과 노트북 컴퓨터 무연탄, 철, 철광석, 납, 아연 등을 거래해온 기업들입니다. 한 마디로 미국은 북한의 해상 무역과 육상 무역을 봉쇄하는 조치들을 취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미 재무장관은 제재를 발표하면서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과 개인은 미국 자산을 소유할 수 없고 미국인과 거래할 수도 없다. 북한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계속 위협하는 한 무역을 통해 소득을 얻지 못하도록 경제압박을 극대화 할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테러를 저지르거나 지원하는 나라들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여 규제하는 조치를 취해왔는데, 리비아, 이라크, 남예맨, 쿠바 등이 한때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었다가 해제된 나라들입니다. 쿠바의 경우, 냉전 시절 공산주의 혁명을 수출하는 활동으로 1982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어 미국의 혹독한 제재를 받았지만, 최근 개혁개방에 착수함에 따라 2015년 5월부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었습니다. 2016년 3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이 이루어지고 대사관도 개설되었습니다. 리비아도 해외에서 저지른 테러행위로 1979년부터 테러지원국이 되었지만, 과거 테러활동에 대한 보상과 핵개발 포기를 약속함에 따라 미국은 2006년 5월부로 리비아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습니다. 해제 직전 연4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미국-리비아 간의 교역액은 수년 사이에 열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다피의 독재에 항거하는 반군활동이 격화되면서 2011년 리비아는 내전에 휩싸였고, 카다피는 반군에 의해 사살되었습니다. 이라크의 경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이라크는 1979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었으나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었던 1982년에 해제되었고,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고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자 이라크는 다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었습니다. 남예멘은 좌익세력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1979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었으나 1990년 북예멘과의 통일로 해제되었습니다.
이로서 2017년 11월 말 현재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있는 나라는 이란, 시리아, 수단, 북한 등 4개국인데, 이 중에서 수단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수단은 1993년 유엔본부와 미 연방수사국(FBI) 뉴욕본부를 공격한 테러단체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이유로 테러지원국에 지정되었고, 1997년에는 알카에다의 수장인 오사마 빈라덴을 숨겨주어서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더욱 나빠졌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수단은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9월 미국입국 금지국을 발표하면서 종전의 이란,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수단 등 여섯개 이슬람 국가에서 수단을 제외하고 대신 북한, 차드, 베네수엘라 등을 추가했습니다. 이어서 11월 16일 수단 정부는 북한과의 모든 군사·통상 교류를 단절한다고 밝혔는데, 미국은 그 직전인 10월 수단에 대한 경제제재의 상당 부분을 해제했고 이어서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이 수단을 방문하여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촉구했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수단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고 정상적인 대외관계를 펼쳐나가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아프리카 국가들이 하나 둘 북한과의 관계를 끊거나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얼마나 더 고립이 깊어져야 핵개발을 포기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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