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박 대통령의 2015년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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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열성적인 정상외교를 펼쳐온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어 2015년도 무척이나 바쁜 한 해였습니다. 9월의 중국 방문과 유엔 방문, 10월의 미국 방문 등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심한 몸살과 인후염으로 고생했던 박 대통령은 연말 동안에도 정상외교를 위한 발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11월 14일 출국하여 터키, 필리핀, 말레이지아 등을 방문하고 11월 23일 귀국했습니다. 열흘 동안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세 개의 정상회의 등에 참석한 것입니다. 세 개의 정상회의란 동남아 국가연합(ASEAN) 10개 국에 한국, 중국, 일본을 더한 ASEAN+3 정상회의, 여기에다가 미국, 러시아,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을 합친 18개국의 정상들이 만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그리고 ASEAN과 한국이 마주 앉는 한-ASEAN 정상회의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7박 10일의 일정 동안 도합 다섯 개의 중요한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입니다. 이 행사들을 통해 박 대통령은 저성장 탈피를 위한 성장모델, 자유무역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 서비스 산업 분야의 교역 확대, 에너지 협력,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활성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협력 등 다양한 의제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나라 정상들과 긴밀한 협의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코 다섯 개 정상회의에만 참석한 것이 아닙니다. 이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호주의 맬컴 턴불 총리,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린 총리,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대통령 등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페루, 베트남, 멕시코 등의 정상들과도 대담시간을 가지고 이들 나라와 한국 간의 경제, 안보, 외교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듯 빡빡한 일정들을 소화하고 11월 14일에 귀국했지만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또 다시 전용기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12월 초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회의는 산업화와 더불어 날로 더워지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 기후변화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토의정서보다 더욱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국제여론에 따라 열리는 회의입니다. 이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열번째 기조연설자로 등단하여 지구의 미래를 위해 더욱 구속력이 강한 온실가스 규제 체제가 탄생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한국도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는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 가서 연설을 했고, 지난 11월 13일 테러가 발생한 현장을 방문하여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따로 만나 북핵 해결방안, 남•북•러 3국 간 경제협력 등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은 곧바로 귀국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파리를 떠나 곧장 체코로 향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소보트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고 1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상담을 벌였습니다. 한국은 원자로의 설계, 제작, 운영 등에 있어 최선진국의 일원이며, 지난 이명박 정부 동안에도 UAE에 100억 달러 규모의 원전건설을 수주한 바가 있습니다. 이어서 12월 3일에는 비셰그라프 그룹 또는 V-4 국가로 불리는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4개국의 총리들과 한 자리에 만나 한-비셰그라프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비셰그라프 그룹은 동유럽 4개국이 결성한 지역협력체로서 이번에 사상 최초로 한국 대통령과 단체로 정상회담을 한 것입니다. 이 회담의 공동성명을 통해 비셰그라프 국가들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를 촉구한 것은 매우 이채로웠습니다.

이들은 과거 공산권 국가이자 바르샤와동맹기구(Warsaw Pact)의 회원국들로서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나라들이었지만, 지금은 체제전환을 통해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한국과의 경제 및 안보 협력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 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은 체코 및 슬로바키아의 원전건설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 체코와 헝가리에 한국산 헬기를 수출하는 문제, 2014년도에 한국산 K-9자주포를 수입하기로 한 폴란드와의 추가적인 방위산업 협력 등에 대한 깊숙한 논의를 가진 것입니다. 프라하 시내에서는 한류 공연도 펼쳐졌습니다. 한국에서 간 젊은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들으면서 수천 명의 현지인들이 열광했는데, 바로 그 K-pop 현장에 박 대통령도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일정들을 소화하고 12월 5일 귀국함으로써 2015년도 정상외교를 마무리했습니다.

활발한 정상외교 행보를 보이는 박근혜 대통령에 비해 집권 이후 줄곧 국내에만 머물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는 것은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정상외교를 펼치는 모습을 보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복귀하는 길이자 남북 공생공영을 촉진하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