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이 역내 최대의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도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유엔 기구로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구(UNICEF) 등이 있는데 이들 기구들은 지금도 적지 않은 인도적 지원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의 경우 북한의 농업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각종 지원을 제공해왔는데, 특히 북한의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2020년까지 30억 원의 자금을 투여하여 산림과 농지를 복원하는 사업(Forest and Land Restoration Program)을 수행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박두대간 생태축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경우 북한의 영유아 및 산모에 대한 영양지원을 위해 많은 자금을 쓰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기구는 기아상태로 인해 만성적인 영양부족 상태가 발생한 국가들을 식별하여 비상식량을 원조하는 유엔기구입니다. 현재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은데 주된 이유는 산모의 영양상태가 나쁘기 때문이며, 면역체계의 약화, 오염된 식수 사용으로 인한 장염, 설사, 탈수 등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에 대해 '영양공급 1000일 계획'을 실시 중인데, 이는 임 신에서부터 출산 후 2년까지의 기간 동안 태아와 산모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위해 영유아와 산모가 먹기 좋은 형태의 영양 과자, 영양 비스켓, 수퍼시리얼 등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퍼시리얼은 각종 영양분을 튜브에 담은 것으로 산모들이 편리하게 짜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지금도 매년 수만 명의 북한의 영유아와 산모들이 이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계식량계획이 만성 영양장애자들을 위한 영양공급을 담당하는 기구라면, 유엔아동기구는 중증 영양장애자들을 위한 긴급 영양제공을 담당하면서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반드시 맞아야 하는 다섯 가지의 백신을 접종해 줍니다. 중증 영양장애란 영양부족 상태가 매우 심각하여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는 산모의 출산시설, 산모에 대한 수혈 등 출산 과정에서의 영유아와 산모의 건강을 돕기 위해 매년 북한 내 400여 개의 보건소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은 저개발국의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차관을 공여하는 유엔 금융기구입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은 지금까지 북한에 700억 원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하여 뽕나무 단지 조성 사업(1996~2001), 씨돼지 키우기 등 가축을 개량하는 사업(1998~2003), 식량증산 사업 등을 돕고 있습니다. 북한에 제공된 차관은 연이자 0.75%에 10년 거치 30년 상환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주어지는데, 말하자면 돈을 받아 사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40년 동안 원금을 갚으면 되는 공짜나 다름이 없는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북한은 상환금 120억 원 정도를 미납한 상태이어서 추가적인 대북차관이 끊긴 상황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렇듯 국제사회와 유엔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들이 유엔이 사용하는 지원자금의 대부분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식량계획은 매년 7조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는데 그 중 2조원 정도를 미국이 기부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의 나라들도 매년 1,000억 원 내외의 금액을 기부하는 주요 기여국들입니다. 한국도 유엔기구들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고 있는데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한의 영유아 와 산모들에 대한 영양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이래 세계식량계획에 대한 기여금을 크게 늘려서 현재 연 350억 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한이 국제농업개발기금에 상환하지 못한 미납금도 한국이 대신 갚아줄 수 있을 것이며, 한국의 대북지원은 인도적 지원 차원을 넘어 대폭 확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부국과 수혜국 모두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남북이 평화롭게 상생하는 가운데 북한 주민의 건강이 개선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결코 핵무기나 만들어서 동북아를 불안하게 만들거나 한국에게 위협을 가하라고 그런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양정부는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며 대북 인도적 지원에 담긴 선량한 뜻을 저버리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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