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남북고위급회담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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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개최된 남북 고위급회담은 세 가지의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합의된 내용은 첫째 북한이 선수단, 응원단, 고위급 대표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참관단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2월 9일부터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되는 제23회 동계올림픽에 파견한다, 둘째 향후 고위급 및 군사당국 회담을 개최한다, 셋째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가 해결한다 등이었습니다. 이로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사실상 확정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17일 남북실무회담에서는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즉 빙상호케이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개최될 군사회담과 실무연락을 통해 북한 대표단의 입국 방법, 체류일정 등을 합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이 온 인류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하며,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북한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협력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은 올림픽뿐 아니라 올림픽 이후에 도래할 수 있는 정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남북대화가 열리면서 갑자기 평화국면이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북한은 한국을 향하여 핵위협을 가하고 있었고, 미 본토나 괌을 타격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국제사회와 한국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이러한 위기가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온 세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와 함께 가기 위해 올림픽 참가를 표방하고 남북대화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번 고위급회담이 평양정권의 정략적·전략적 의도에 의해 개최되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한국과 국제사회는 평창 올림픽 이후에 도래할 안보정세에 촉각을 세우면서 북한을 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작년 10월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때는 북한정권이 제6차 핵실험 직후 강화되는 국제제재로부터 내부안정을 기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던 시기였습니다.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제가 추종세력들을 규합하여 안보리 제재를 조작해내면서 우리의 자주권·생존권· 발전권을 말살하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는 말로 회의 개최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전원회의는 ‘핵무력 고수’와 ‘경제구조의 자립성 향상’을 ‘현 정세에 대응하는 당의 당면활동 방향’으로 채택했습니다. 즉, 핵무기는 외부위협으로부터 자주권과 생존권을 담보하는 ‘정의의 보검’이기에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자력갱생을 통해 외부의 제재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었습니다. 2018년도 북한의 신년사는 이런 의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었습니다. 신년사는 외부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자립경제를 강화해야 함을 강조했고, 신년사의 곳곳에는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벌기,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균열, 한미동맹 이간,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 기정사실화를 위한 미북 대화 등을 원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미국을 향해 ‘핵무력 완성’과 ‘핵단추’를 과시한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였고, 남쪽을 향해 평창 올림픽 참가의사를 표명하고 ‘우리 민족’과 ‘외세 배격’을 부쩍 강조한 것은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채택한 ‘핵보유 기정사실화’와 ‘국제제재 극복’이라는 2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이간하여 한국을 이용하고 싶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즉 올림픽 참가와 남북 간 화해협력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국제제재를 완화시키고 미국의 군사행동을 만류하면서 핵개발은 지속하겠다는 것이며, 한국이 여기에 장단을 맞추어 주기를 희망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북한의 이런 의도는 고위급회담 중에도 드러났습니다. 북한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한국이 핵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에 대해 역정을 내기도 했으며, “우리의 핵무기는 미국을 겨냥하며 동족인 한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한국과 미국을 갈라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애초부터 북한의 이런 의도들을 알면서도 북한의 대화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1990년대 이후 단 하나의 동메달밖에 따지 못할 만큼 동계체육의 강국이 아닌 북한이 태권도시범단과 예술공연단을 포함한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는 것에는 체제선전 활동을 벌이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은 그대로 합의해 주었습니다. 올림픽 정신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그렇게 한 측면도 있지만, 어떤 동기에서 시작되던 남북대화가 좋은 결실을 맺기만 하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국제사회와 한국은 평창 이후의 북한의 행보를 주시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평창 이후 북한의 행보와 정세에 대해 세 가지 가능성을 꼽고 있습니다. 첫째,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밝힘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자세가 크게 달라지고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 둘째, 과거 6자 회담처럼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면서 대화에 임하여 국제사회를 기만함으로써 대결국민으로 회귀할 가능성, 셋째,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 또는 도발로 미국의 군사행동이 임박하고 또 다시 위기가 크게 고조될 가능성 등입니다. 당연히, 첫 번째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그 보다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야 함도 당연합니다. 이미 오랫동안 북한을 상대해온 국제사회가 이런 가능성들을 내다보면서 올림픽 동안과 이후의 북한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정권이 일시적 또는 위장된 평화공세로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만들어가는 시간을 벌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입니다. 올림픽 참가나 남북관계 개선을 한국에게 베푸는 시혜로 간주하고 그것을 통해 한국을 이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또한 착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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