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일에서 3일까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미국에서 새 대통령이 취임한지 보름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 외교를 관장하는 국무장관에 앞서 국방장관이 먼저 해외 나들이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매티스 장관이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티스 장관은 2일 12시 30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함께 헬기를 타고 평택에 건설 중인 미군기지를 방문했고, 이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회담을 가졌으며, 3일에는 윤병세 외교장관 및 한민구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진 후 다음 방문지인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매티스 장관의 첫 방문지인 평택 미군기지는 완공되면 미군 12,000명과 가족 등 총 42,000명이 거주하게 될 최대규모의 해외 미군기지입니다. 기지 조성비용만 총 17조 1000억 원이 드는데 이중 8조 9,000억을 한국이 부담한다는 보고를 듣고 매티스 장관은 ‘원더풀’을 연발하면서, 앞으로 미군의 안정적 주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습니다.
황교안 권한대행과 김관진 안보실장과의 만남에서 매티스 장관은 “한미동맹은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며, 어느 누구도 한미동맹을 이간할 수 없다”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것은 미국의 철통 같은(ironclad) 약속이다” 등의 표현으로 동맹관계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시했습니다. 3일 오전 윤병세 외교장관을 만나서는 “미국의 방위공약은 100% 신뢰해도 좋다”는 말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원래의 계획대로 고고도 요격미사일 사드(THAAD)를 금년 7-9월 중에 배치 완료할 것에 합의했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여 금년도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강화하는 데에도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금년도 키리졸브 훈련에는 미국의 항모전단과 함께 B-1B, B-2, B-52 전략폭격기, F-35전폭기 등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매티스 장관은 “사드는 북한의 위협이 없다면 배치될 필요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핵고도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에게 사드 배치를 수용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중국을 겨냥한 듯 “사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과 미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되는 방어 시스템이며, 미국은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메티스 장관의 방한에는 그가 타고 온 비행기도 화제였습니다. E-4B Nightwatch로 불리는 이 항공기는 보잉747-200B기체에 각종 통신, 전자, 방호장치들을 탑재하여 유사시 공중 지휘본부로 사용하도록 특별히 제작된 것이며,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극히 제한된 인사들만 탑승할 수 있습니다. 이 비행기는 Doomsday Plane, 즉 ‘최후의 날 비행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핵전쟁이 발생하면 최고 수뇌부가 이 항공기를 타고 공중에서 지휘를 맡게 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관심은 왜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직후에 국방장관을 한국에 보냈는가 하는 것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방한중 매티스 장관의 언행을 종합해보면, 미국 정부가 트럼프 시대에도 한미동맹은 굳건하고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도 불변이라는 사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가장 시급한 안보현안으로 중시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사실들은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에 가장 먼저 한 말이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어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었고,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 의회 청문회에서 가장 먼저 다룬 사안도 북핵 문제였습니다. 매티스 장관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보고받은 것도 북핵 문제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내각의 안보책임자들이 모두 강경 안보론자들로 구성되어 있음도 주목할만합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이번에 방한한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하나 같이 북핵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들이며,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취임 직후에 테러,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미국의 4대 위협세력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정작 궁금한 것은 북한의 대응입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면서 미국에 맞선다면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질 것인데, 이는 결국 스스로의 패망을 자초하는 길입니다. 이는 한국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한국 국민은 북한정권의 현명한 처신과 평화로운 한반도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