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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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 금년 1월 6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수소탄 실험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선언했고, 유엔은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위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월 7일 9시 30분 북한은 또 다시 위성발사를 빙자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를 강행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북한은 평화적인 우주개발을 위해 ‘은하로켓’으로 지구관측위성인 ‘광명성 4호’를 쏘아 올려 9분 46초 만에 고도 500km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켰다고 발표했지만, 북한 말고는 이것을 우주개발을 위한 로켓 발사로 믿는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이 ‘광명성’이라는 위성을 쏘아 올린다면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은 도합 다섯 번째입니다. 북한은 1998년에 광명성 1호를 그리고 2009년에 광명성 2호를 발사했습니다. 2009년 당시 북한당국은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한 광명성 2호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전송해오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우주공간의 모든 비행체를 추적 식별하고 있는 미국의 전략사령부는 그런 위성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말하자면 광명성 위성을 빙자하면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권좌에 오른 직후인 2012년 4월에는 외국의 언론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광명성 3호를 발사했지만, 발사 후 곧바로 폭발하여 서해에 추락함으로써 참담한 실패를 겪었습니다. 북한은 12월에 광명성 3호를 다시 발사하여 지구궤도에 진입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다시 광명성 4호 위성을 발사한 것이며, 미국의 전략사령부는 이 물체가 지구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2012년과 이번에 북한이 쏘아 올린 물체가 진정 평화적 목적을 가진 위성으로 믿는 나라는 없으며, 이것들이 제대로 만들어진 인공위성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도 없습니다.

북한은 2006년 이래 네 번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한 나라이며, 유엔안보리는 북한이 로켓발사라는 명분으로 핵탄두를 탑재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2006년 이래 다섯 차례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시켰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유엔의 이러한 결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로켓을 발사하여 국제사회를 우롱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가 가지는 군사적 함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쏘는 로켓이나 군사용 탄두를 날려보내는 미사일은 동일한 원리와 기술로 만들어진 발사체로서 탑재되는 것이 탄두인가 또는 위성인가에 따라 미사일이 될 수도 있고 우주개발용 로켓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통상 지구궤도에 위성을 쏘아 올릴 성능을 가진 발사체는 8,000km이상의 사정거리를 가지는 대륙간탄도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2012년 12월에 이어 이번에 다시 한번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능력을 과시한 것입니다. 평화용 로켓은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고 나면 모든 임무가 끝나는 것이지만 군사용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끝까지 지상의 목표물을 향해 정확하게 낙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사체는 6~7,000도의 고열과 진동을 견디어내야 하기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에 있어 재진입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발사가 북한이 대륙간탄도탄의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다는 증거는 되지 않지만, 북한이 이미 실전 배치한 사정거리 2~3,000km인 무수단미사일이나 사정거리 1300km 정도인 로동미사일도 재진입시 2~3,000도의 고열을 견디어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진입 관련 기술도 상당히 축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핵무기를 만들지 못해 또는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지 못해서 안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데, 왜 북한만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면서 핵무기와 미사일에 집착하는가라는 것입니다. 이제 유엔은 지금까지의 결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채택할 것이며, 직접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도 대응조치들을 취할 것입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날 고고방어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배치하기 위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3월에 시작되는 정례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FE) 훈련을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말로는 인민경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북한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